[사설]광고주 협박, 자유민주와 市場에 대한 테러다

  • 입력 2008년 11월 5일 03시 01분


촛불시위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의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내지 말라고 협박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적법한 광고계약에 따른 신문사의 권리를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결정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광고주 목록과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당한 6명이 낸 ‘게시물 복구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이번 결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다음’ 측에 ‘협박 글 삭제’를 요구하고, 검찰이 협박 관련자들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한 취지와 궤를 같이한다.

소송을 낸 6명은 ‘정당한 소비자 운동’이라고 강변하면서 게시물 삭제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광고주의 자유로운 판단을 제약하는 과도한 광고 중단 압박은 위법한 활동이므로 정당화될 수 없고, 적법한 광고계약에 따른 신문사들의 권리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또 “특정 신문의 논조에 대한 시각은 독자의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인 것으로, 논조 자체에 위법성이나 반(反)사회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광고하는 기업과 신문사에 큰 손실을 입힌 ‘협박운동’의 실상에 비추어 당연한 귀결이다.

특정 신문의 논조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그 신문에 광고를 싣지 못하도록 기업들을 협박하는 행위가 용인된다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여론의 다양성은 설 땅이 없어진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본안소송에 앞선 가처분신청사건에 대한 1차적 판단이지만 그 취지와 정신이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에도 반영되리라 믿는다.

최근 한국광고주협회(KAA)가 “광고주는 정당하고 자유로운 미디어 구매를 저해하는 어떠한 규제나 압력에도 대항할 권리를 갖는다”는 미디어헌장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세력이든, 어떤 정권이든 광고주를 협박해 언론사에 타격을 주거나 논조를 바꾸게 하려는 행위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언론자유, 그리고 시장경제의 핵심인 계약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테러에 해당한다. 이런 행태가 사라져야 진정한 선진 민주국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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