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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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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제철음식이 최고 웰빙식품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전해온 제인 구달 박사. 그가 먹을거리에 관한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침팬지 엄마’ 구달이 음식에 대한 얘기를 한다?
해로운 음식을 고발한 도입부를 읽으면 이 책이 그의 신념과 맞닿은 작업임을 알 수 있다. 과학기술을 동원해 만든 유전자변형식품(GMO), 성장호르몬제와 화학비료를 사용해 길러낸 농작물, 항생제가 범벅이 된 동물성 사료로 길러진 축산물….
구달 박사는 이런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거대 농산물 기업과 패스트푸드 업체들에 분노를 표출한다. 이런 위기 상황은 구달 박사가 설파하는 ‘소중한 생명’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구달 박사의 조언은 실질적이다. 그는 인간의 몸이 해부학적으로 많은 양의 고기를 자주 섭취하는 데 적당하지 않으며 가축 사료를 만드는 대가로 열대 우림이 파괴된다면서 식단을 채식으로 꾸미기를 권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그는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기 어렵다면 육류의 섭취라도 줄여달라고 부탁한다.
유기농 식품의 붐에 대해서도 그는 “식품 기업이 갑자기 정신을 차린 게 아니라 보다 나은 먹을거리를 찾는 대중의 요구가 농업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이라고 짚는다. 그러면서도 유기농 운동에 참여한 대기업에 대해 경계의 시선을 보낸다. 구달 박사는 이들 대기업의 유기농 농장은 농약을 쓰는 건 아니지만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며, 거름과 퇴비를 쓰기보다는 비료를 사다가 밭에 뿌린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음식 혁명은 ‘내 고장 식품 먹기 운동’이다. 자기 고장, 자기 지역에서 난 농축산물을 이용하면 제철에 난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고, 먼 거리까지 운송하기 위해 식품을 과도하게 포장하는 낭비를 없앨 수 있다. 지역 농가를 살릴 수 있으며, 소비자들의 이런 운동은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범벅 식품을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지역 농가 수준의 자연친화적 식품을 만들어내도록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걱정거리는 아이들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학교 급식이다. 급식을 먹은 아이들이 한편으로는 비만, 한편으로는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저자는 아이들의 밥상을 환경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독자들이 힘들게, 억지로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따르라는 게 아니다. 각 지역의 고유한 음식 문화는 존중돼야 한다는 게 저자의 전제다. 중요한 것은 “고기를 먹더라도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윤리적으로 길러진 가축으로부터 나온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제안은 처음엔 엄격한 듯 보인다.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윤리적인’ 먹을거리가 지구의 환경과 동물들의 편안한 삶,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준다”는 저자의 믿음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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