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中 1위, 美 꼴찌” 국가책임지수 엉터리 보고서

  • 입력 2008년 10월 9일 02시 59분


3만7000여 명의 연구 인력을 자랑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중국과학원(中國科學院)이 7일 특이한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하나 발표했다. ‘국가건강보고’가 바로 그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국가책임지수’다.

과학원은 이날 “글로벌 시대에 책임 있는 국가는 국민의 생존과 발전, 안전, 건강을 보장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전 인류의 안전과 건강 행복을 위해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며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과학원은 군비 축소와 빈곤 퇴치, 타국 원조 규모,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 등의 분야에서 세계 45개 주요 국가를 평가한 결과 중국이 1점 만점에 0.74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미국은 0.32점을 얻어 꼴찌였다.

상위 2∼5위는 멕시코 브라질 태국 필리핀 순이었다. 하위 41∼44위는 영국 이탈리아 이스라엘 싱가포르 순이었다.

과학원은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국이 국가책임지수에서 꼴찌를 하게 된 원인을 상세히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은 국가 역량과 부(富)라는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최고 국가이지만 국가 패권과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고 국가의 도덕과 책임, 신용을 소홀히 해 국가책임지수가 최악으로 내려갔을 뿐 아니라 최근 경제위기까지 겪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은 이를 보도하면서 중국은 국력 강화만을 추구하는 ‘역량형(力量型)’ 국가가 돼 하루아침에 몰락하거나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는 ‘재부형(財富型)’ 국가가 돼 자주 금융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미국과 같은 이런 국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은 전 세계적 파문을 낳은 ‘멜라민 파동’의 당사국이다. 이로 인해 세계 50여 국가가 관련 식품을 모두 리콜해야 했다. 또 중국은 석유자원 확보를 위해 다르푸르에서 30만여 명을 학살한 수단 정부를 지원해 국제적인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이런 나라가 전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책임지는 세계 최고의 책임 있는 국가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이날 이 보도를 접한 일부 중국인조차도 “가소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과학원은 이날 보고서를 6년에 걸친 역작이라고 자랑하면서도 구체적인 조사평가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건강지수(NHI)도 순위만 발표하고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과학원이 나중에라도 이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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