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맹목적인 지역균형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 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최상철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지역개발이 전공으로 노무현 정부 출범 전만 해도 학계의 대표적인 지역개발론자였다. 그러나 노 정부가 수도(首都)를 옮기려 하자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공동대표를 맡아 노 정부의 국토개발 정책을 앞장서 비판했다. 그가 27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되자 지방의 일부 시민단체는 “지역 균형발전에 반대한 사람을 발탁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행정수도 이전 반대를 균형발전 반대로 모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노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같은 지역 프로젝트를 쏟아냈지만 지방 주민의 삶이 나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오히려 투기적 땅값 폭등으로 기업들의 투자 애로가 커져 지역경제 살리기에 필요한 공장 유치가 더 어려워졌고 일부 지주(地主)만 신났다.

최 내정자는 “균형발전에 반대하지 않지만 과거와 같은 균형발전은 국가에도, 지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대립 구도를 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6개 시도(市道)라는 행정구역 틀에서 벗어나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을 꾀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이명박 정부의 국토정책에 구체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전국 곳곳의 혁신도시는 예정대로 추진할 경우 효과보다 비용이 훨씬 커 결국 국민적 부담이 되지만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정부는 진퇴양난이다. 최 내정자는 “혁신도시의 백지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공공기관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일부 조정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후유증이 예상되는데도 무조건 강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은 꾸준히 추진해야 할 국가과제이나 인위적인 분산정책이 지방의 발전을 보장할 것이란 환상은 접어야 한다. 지방은 수도권과의 경쟁이 벅차다면 우선 지방끼리라도 경쟁해 효율성과 비교우위를 입증해야 한다. 혁신도시도 이런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위가 국토정책의 발상을 바꾸는 설득력 있는 비전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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