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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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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론조사의 객관성과 정확성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다. 전국을 단일선거구로 하는 대통령선거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역별 또는 득표율에 약간의 편차가 있어도 여론조사 결과가 역전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훨씬 떨어지기 마련이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론조사와 상반된 다수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초경합 선거구에서는 100표 미만의 차로 당락이 좌우되는 경우도 빈발한다. 현실적으로 선거구당 500명의 표본조사에 응답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정확도를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에는 본선거 못지않게 후보경선 과정에서도 여론조사를 중히 여긴다. 2002년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두고 합의한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는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결판이 났다. 2007년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대의원 지지에서 열세였지만 여론조사 결과 반영 덕분에 박근혜 후보를 물리쳤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추천 과정에서도 통합민주당은 경합지역의 경우 복수의 후보자를 놓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공천자를 결정했다. 그만큼 우리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선거 판 전체를 뒤흔드는 파급 효과를 가진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정치권의 책임 회피용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에 매우 소극적이다. 옛 법에서는 법정 선거기간에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후보자 등록이 임박해서야 정당공천 후보자가 확정되는 탓에 유권자는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채로 전개된 선거운동 기간의 여론 추이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이를 입법재량이라 하여 합헌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13일의 법정 선거운동 기간에 유권자는 초기 일주일 동안에 드러난 여론의 추이만 알 수 있고, 그 이후의 여론 동향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언론사와 연계된 기관들은 지속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그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공표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만 까막눈이다. 그러니 선거일 6일 전부터 언론 보도는 애매하기 그지없다. 각 정당의 주장을 보도하는 것처럼 하면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뒤섞는 자의적 판세분석을 일삼는다. 더구나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시대에 국내 언론사만 공표 금지에 묶이고 외국 언론사는 얼마든지 보도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의 실효성도 없다.
비례대표 선거는 정강정책에 좌우되지만 지역구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인품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이제 주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전 이틀 또는 선거 전날에 한해서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를 금지하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언론사도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에 더욱 신중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의 오차범위는 ±4.4%이다. 이를 엄격히 적용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누가 우세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언론의 생명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자세에서 비롯된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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