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쓴 남성 연구서다. 익숙한 주량을 못 견디고 속상해하거나 어느 날 갑자기 겪는 발기 불능에 충격받은 평범한 남자부터, 심각한 우울에 빠져 버린 사람까지 수많은 남성을 만났다.
늙는다는 것. 남자의 모든 특권을 누림으로써 부러움의 대상이던 옛 스승이 칠십을 조금 넘기며 건강 때문에 ‘재미있는’ 것은 전혀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을 생각하면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나에게도 얼마 후 곧 닥치게 될 일인 것이다. 저자가 관심을 기울인 대상은 ‘남성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분골쇄신하는 남자들이고, 그들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도움 될 만한 충고까지 내놓고 있다.
이 책은 ‘아,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고 실감하는 남성들이 읽어볼 만하다. 삶이란 매순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의 사고방식, 행동 패턴을 과감히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중장년층 남성들이여, 그대들은 이제 싸움판의 전사도, 침실에서의 호랑이도 아니다.
저자는 위기라는 말 대신에 ‘통과점(passage)’이라는 부드러운 용어를 사용한다. 즉 인생의 고비는 그것으로 어떻게 되고 마는 게 아니라, 누구나 통과하는 과정이고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사실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스트레스나 외적 장애물보다 그에 반응하는 각자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늙는다고 슬퍼하지 말고 다시 새 출발하는 ‘두 번째 성인기’로 삼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남자들에게 프로테우스가 되라고 권유하고 있다. 유연한 자아를 갖고 변신하라는 것이다. 변신을 경박하고 추하게 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문제라는 생각도 들지만 곧 바뀌지 않을까 생각된다. 파괴적 자기 방어는 금물이다. 우울, 알코올 중독, 암 발병, 도박, 자살 시도 같은 현상이 다 그로 인한 것이다.
미리 목표를 수정하고 꿈을 조절하는 현실 감각도 필요하다. 호기심과 열정을 유지하고 성적 욕망도 소홀히 다루지 말 것이며, 삶의 애환을 같이할 배우자와 자녀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어린 시절 지향했던 것들 가운데 진정한 소망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한번 시도해 봄 직하다. 창의성과 열정이 다시 샘솟을 것이다.
김영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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