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주요한 탄생100주년 '문학상' 제정 추진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39분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싯벌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 우에서 너려다보니, 물 냄새 모랫 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어시 부족하야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우에 내여던지나….’

17일은 자유시의 효시 ‘불놀이’의 작가 송아 주요한(頌兒 朱耀翰·1900∼1979)의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가 ‘주요한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 추진위원회’(회장 김재순) 주최로 18일 오후 5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다.

송아는 1919년 문예지 ‘창조’에 ‘불놀이’를 발표, 등단했다. 초기에는 프랑스 상징주의와 영국 낭만주의의 영향을 짙게 받은 서구적 시풍을 나타냈으나 1924년 이후 전통주의적 민중시를 쓰며 ‘조선심’ ‘조선혼’의 가치를 역설했다. 데뷔작 ‘불놀이’는 산문시형에 구어체의 한국어를 자유분방하게 사용, 우리 시의 문학적 자율성을 확립시킨 역작으로 꼽힌다.

1926년 동아일보사에 입사한 그는 동아일보 편집국장 겸 논설위원, 조선일보 편집국장 등을 지냈고 흥사단 ‘수양동우회’사건으로 1937년 일경에 검거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해방후에는 국회의원, 부흥부장관, 상공부장관, 대한일보회장, 전경련 부회장, 한국능률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18일 행사에서는 서울대 김윤식교수와 철학자 안병욱씨가 주요한의 시세계와 일생에 대해 강연하고 시인 김후란이 ‘불놀이’를 낭송한다. 기념사업회는 강영훈 고건 서영훈 윤세영 이수성 이어령 조병화 등 정계 문화계 인사들을 추진위원으로 ‘주요한 문학상’ 제정 등 여러가지 사업을 추진할 예정.

한편 샘터사가 새 모습으로 내놓은 시선집 ‘불놀이’에는 시집 ‘아름다운 새벽’ ‘봉사꽃’에 실린 대표시를 발췌해 실었다. 시인의 차녀인 주동혜씨(영문학자)가 8편의 시를 영역해 실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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