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전]대상에 48세 大卒 늦깎이화가 정용근씨

  • 입력 2000년 8월 4일 18시 25분


코멘트
인문계 고교 출신으로 정규미술교육을 거의 받지 않은 40대 후반의 수채화 화가가 4일 올해 대한민국 미술대전(구상계열)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서양화 ‘여정’으로 대상을 받은 정용근(鄭容根·48)씨는 현재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서 ‘예길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무명의 학원장.

그는 부산 대동고를 졸업하고 삼익엔지니어링 설계계획실에 다니면서 주경야독으로 방송대 국문학과를 3학년까지 다녔다. 불혹을 넘긴 41세 때 목사가 되기 위해 부산 장로회 신학교에 들어가 목회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부산 장로회 신학교의 자매학교인 미국 훼이스신학교에 들어가 다시 학부과정으로 기독미술을 전공했다. 공식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것이 이것이 처음이자 전부다.

▼관련기사▼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계열]정용근 '여정' 대상 수상

화가의 경력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작품을 심사했던 위원들은 나중에 대상 수상자가 불혹을 훨씬 넘긴 나이에다, 미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신학교에서 ‘기독미술’이라는 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은 것이 전부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내용적인 참신성은 떨어지지만 수채화를 그리는 테크닉이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라고 평가했던 터라 충격은 더했다.

정씨는 “미술대학을 다닌 것은 아니지만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취미 삼아 그림을 쭉 그려왔다”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하나님의 자연계시로 알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 예술교육을 받지 못했더라도 어릴 때부터 키워온 꿈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꼭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기뻐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