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이것만은]동용승/'경제동반자' 신뢰 쌓자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14분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북한이 경제재건이라는 당면 과제를 남한을 통해 풀어보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경협만큼 어려운 문제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문제를 당장 풀어야 하는 조급한 처지지만 남한은 장기적 관점에서 점진적인 경협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상황을 극복하고 남북경협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으려면 남북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남한은 대북경협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북한의 사업환경은 전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곳 중의 하나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남한의 일방적인 지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를 통해 남한이 얻게 되는 유무형의 효과 또한 만만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북한이라는 생산 및 수출기지를 얻게 된다. 또 남북한 당국 차원의 협의를 기반으로 경협이 진행되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이는 남한의 국제적 신인도가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협을 통해 남북간의 육상 연결이 가능해지면 육상을 통해 해외지역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경제활동의 범위와 개념이 달라짐을 의미한다. 나아가 남북한 공동으로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을 미리 적립해 가는 효과도 있다.

북한은 대남 경협을 통해 북한경제를 재건하겠다는 실질적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의 부족함을 보충하기 위해 물고기를 택하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겠다는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남한은 60년대 수출산업을 육성했고, 이를 위해 외국자본을 적극 도입하는 정책을 취했다. 또 외국자본에 대한 각종 특혜조치도 강구했다. 일종의 학습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북한이 앞으로 세계경제질서에 편입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남한을 통해 편입에 필요한 내용을 학습하고 남북한 공동으로 경협의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각종 편의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중국이 개방초기 대만과 홍콩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인근 해안지역을 개방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자본에 대한 우대조치도 시행했다는 점은 북한에도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북한은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남한의 발전모델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면한 경제재건을 위해 최상의 파트너를 최적의 조건으로 만나게 됐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한 모두 경협에 대한 인식을 전환함과 동시에 치열한 경제전쟁시대를 함께 개척해 나갈 파트너십(동반자관계)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은 이미 남북기본합의서와 그에 따른 경제공동위원회 구성운영에 합의했다. 이를 실질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서로의 인식전환을 확인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기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단발성 행사나 지원보다는 사업성에 기초한 지속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은 실현가능한 사업부터 추진하는 현실성을 가져야 한다. 또 작은 약속이라도 철저히 이행하고 성의를 다하는 신뢰성에 입각해 경협을 진행해야 한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기에는 남북 분단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기대만큼 실망이 클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동용승(삼성경제硏 북한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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