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차수/「교전-교류」혼란스런 對北정책

  • 입력 1999년 6월 15일 19시 44분


“북한은 우리에게 ‘무한양보’를 강요하며 햇볕정책을 철저히 비웃고 농락하고 있다.”

서해안에서의 교전소식이 전해진 15일 한나라당은 성명을 통해 정부의 햇볕정책을 맹비난했다.김대중(金大中)정부가 지나치게 화해와 교류에 매달리는 바람에 북한의 오판과 군사도발을 자초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특히 북한 경비정이 연 8일째 공공연한 침범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북한의 해주와 남포 원산 등에서는 우리가 보낸 비료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카오스’(혼돈)상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는 한나라당 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나왔다.국민회의의 한 의원은 “서해 도발을 볼 때 북한은 남북간에 화해기류가 형성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너무 상황을 낙관하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현정부의 대북정책을 되짚어 보면 이같은 비난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대통령은 햇볕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대북 포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물론 말로는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되 무력도발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의 북한 잠수정 동해안 침투나 11월에 일어난 반잠수정 여수해안 침투와 간첩선 강화도 침투 등 명백한 무력도발에 대해서도 재발약속조차 받아내지 못한채 어물쩍 넘어갔다.이번 서해도발도 ‘월선(越線)’운운하며 미온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초기부터 단호히 대처했다면 무력충돌로까지 번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교전 후에도 “이번 사태는 이번 사태로 끝나야 한다.이를 경제협력이나 금강산관광 비료지원문제 등과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화해 협력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상황을 낙관했다가 또다시 위험한 사태를 맞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차수<정치부>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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