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대한항공-세관직원 유착’ 내부감찰 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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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납 받고 명품 밀반입 묵인 의혹
일각 “셀프감찰론 한계… 수사 필요”
고용부도 ‘직원 폭행’ 확인 나서

관세청이 세관 직원과 대한항공의 유착 의혹에 대해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하지만 ‘셀프 감찰’로는 공정한 감찰이 힘든 만큼 다른 기관이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관세청본부는 세관 직원들과 대한항공이 유착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식 감찰에 착수했다. 대한항공이 세관 직원들에게 항공권 좌석을 업그레이드해 주거나 고가의 양주를 상납했고 그 대가로 세관 직원들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해외 물품을 반입할 때 세관 검사를 묵인해 줬다는 의혹이다. 좌석 변경을 요구한 인천세관 직원은 감찰 첫날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관당국과 대한항공의 유착에 대한 전·현직 대한항공 직원들의 제보는 비교적 구체적이다. ‘세관 직원과 대한항공 직원이 눈짓을 주고받은 뒤 그냥 통과한다’ ‘직원 전용 통로 Ⅹ레이 검사대를 통과하기 어려운 큰 짐은 일반 입국장을 통과해야 하는데 세관 직원이 검사 없이 통과시켜 준다’는 식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다양한 의혹이 있는 만큼 감사 관련 부서에서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셀프 감사보다는 다른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애초에 불법을 묵인해 준 기관이 관세청인데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관세청은 대한항공 직원들의 제보를 받기 위해 익명 메신저 제보방을 만들었다. 조 회장 일가의 관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직원들이 연루 우려 때문에 직접 접촉을 꺼리자 대안을 만든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제보가 새로운 혐의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대한항공에 대해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남부지청 근로감독관은 이날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를 찾아 박창진 전 사무장과 김성기 대한항공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그동안 언론 보도로 알려진 직원 폭행 및 폭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울남부지청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이나 노동관계법령에서 다룰 만한 사안인지 내부적으로 검토한 후 본격적인 조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우경임 기자
#관세청#대한항공#내부감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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