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칸막이 없애자” 데이터 공유해 행정효율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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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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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활성화法’ 국무회의 통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각종 기기의 수명과 고장 등을 예측하는 ‘기계설비 자동제어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26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상대방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됐다. 동아일보DB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각종 기기의 수명과 고장 등을 예측하는 ‘기계설비 자동제어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26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상대방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됐다. 동아일보DB
2015년 경기도는 아파트 관리비 비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일부 주민대표가 자신들이 내야 할 관리비를 다른 입주민들에게 떠넘겼고 단지 시설공사 입찰에서도 부정을 저지른 사례가 적발됐다. 도는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전면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도의 행정력으로 감사할 수 있는 아파트는 연 15개 단지 정도였다. 3600개가 넘는 도내 전체 아파트 단지를 모두 감사하려면 단순히 계산해도 최소 240년이 필요했다.

묘안을 짜내야 했다. 먼저 한국감정원 한국전력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에 요청해 관리비 정보와 공사비 등 기초 자료를 확보했다. 이 자료를 분석해 아파트별 적정 관리비와 입찰 단가를 파악했다. 그 결과 지난해 관리비 오·남용이 의심되는 단지 566곳을 찾아냈다. 올해는 39개 단지를 정밀 감사해 부적정 사례 231건을 적발했다.

26일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경기도는 관리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관리비 부당지수’를 개발했다. 간단한 숫자만으로 비리가 저질러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 여러 기관이 보유한 각종 데이터를 공유해 행정효율성을 높일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빅데이터 분석으로 예측과 대비

경기도처럼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데이터를 공유해 행정효율성 제고를 추구하는 법안이 만들어진다. 행안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이 유기적으로 상대방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제정안은 이번 주 국회에 제출된다.

제정안에 따르면 다른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가 필요한 기관은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다. 요청받은 기관은 국가 기밀을 누설하거나 중대한 이익을 크게 해치지 않는 한 기본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 업무협약을 맺으면 민간기관에도 데이터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행안부는 이들 부처와 기관이 생산한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데이터 통합관리 플랫폼’을 운영한다.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 위원회’를 설치해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등에 대해 조정하고 심의한다.

그동안 기관별 ‘칸막이’ 문제는 고질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행정 빅데이터의 개방과 공유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빅데이터가 공유되면 유무형의 부가가치가 생긴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는 각종 기관의 빅데이터를 서로 분석하면 안전, 질병 등과 관련된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행정수요를 예측해 인력, 예산 등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집행이 가능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 데이터 공유로 예산 절감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공유해 인력 및 예산을 줄인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노동부는 2015년 건강보험공단 안전보건공단 한국고용정보원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임금체불, 최저임금 준수 현황 같은 데이터를 받아 분석했다. 그 결과 근로감독 취약 사업장이 어디이며 근로감독관이 직접 방문해야 할 사업장은 어디인지를 정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근로감독관 혼자 사업장 1500개 이상을 담당했기에 직접 감독하는 비율은 전체 사업장의 1.3%에 불과했다. 근로감독 위반사항 적발률도 40%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공유 데이터 분석으로 방문지를 사전 선정해 찾아가 감독한 결과 70∼80%로 늘었다.

적절한 데이터 활용은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북 전주시는 2015년 통신사 카드회사 기상청 한국관광공사 등의 데이터를 받아 전주 한옥마을의 유동인구를 분석했다. 또 고속철도(KTX)와 연계해 구체적인 관광정책을 마련했다. 결과는 놀랄 정도였다. 지난해 KTX 연계 관광객이 전년과 비교해 46.8% 늘었고 수학여행을 온 학생은 158.4% 증가했다. 전주시는 유동인구를 정밀 분석해 교통 및 주차 수요, 인근 상권 연계 방안 등을 구상했다. 주변 군산시 등도 이 같은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선진국은 이미 공유 데이터를 여러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납세자의 과거 행동과 사기 유형 등을 분석해 세금을 체납하거나 부당하게 돌려준 사례를 추출했다. 이를 징세에 활용해 연간 3450억 달러(약 371조 원) 정도의 부당 세금 환급을 줄였다.

네덜란드는 해수(海水) 및 제방관리 데이터를 활용해 제방 건설비와 보수비를 10조 원 이상 줄였다. 일본은 공간정보를 활용해 지진 발생 시 구조차량을 최단 경로로 보내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 공공빅데이터센터가 뜬다

행안부는 이르면 내년 말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공공빅데이터센터(정부통합데이터분석센터)를 설치한다. 각종 빅데이터를 분석해 주요 의사결정의 밑바탕이 되는 자료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주요 선진국은 일찌감치 이 같은 기관을 만들었다. 영국은 2010년 의사결정지원센터(What Works Center)를 세워 보건 복지 교육 범죄 등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분석한다. 2012년에는 정부의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는 행정데이터조사센터(ADRC)도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총리실 산하에 안전 의료 금융 사회 문제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위기분석센터(RAHS)가 있다.

김일재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은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이 칸막이를 치지 않고 이미 확보한 빅데이터를 공유해 분석하면 더욱 과학적인 행정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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