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희의 V리그 최초 1만3000세트, 어떤 가치인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5시 30분


도로공사 베테랑 세터 이효희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흥국생명전에서 리그 최초 통산 1만3000세트 대기록을 세웠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도로공사 베테랑 세터 이효희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흥국생명전에서 리그 최초 통산 1만3000세트 대기록을 세웠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효희(37·도로공사)는 V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세터다.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흥국생명전에서는 V리그 최초 1만3000세트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남녀부 통틀어 최초 기록이다. 이는 단순히 오랫동안 뛰었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기록이 아니라 그 가치가 엄청나다.

이효희는 이날 2세트 7-5에서 동료 박정아가 퀵오픈 득점에 성공하며 통산 1만3000세트를 채웠다. 세터의 기록 가운데 세트는 흔히 말하는 토스다. 세터의 토스워크에 따라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진다는 배구계 속설을 고려하면, 세트는 세터에게 요구되는 제1의 가치인 것이다. 공격수가 이를 득점으로 연결해야만 세터의 기록이 올라간다는 점은 배구에서 세터와 팀플레이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효희가 세팅해준 볼 가운데 1만3000개가 득점과 연결됐다는 것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팀의 득점으로 연결됐다는 지표인 ‘세트 정확’은 ‘세트 시도’와 다르다. 이효희는 ‘세트 정확’만 1만3000개를 해낸 것이다.

이효희는 이날 2세트가 끝난 뒤 기록상 시상을 위해 코트 중앙에 섰다. 그러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자신의 기록보다 팀이 세트스코어 0-2로 끌려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신경 쓰였을 터다. 경기 전까지 통산 세트정확 1만2984개로 V리그 최초 대기록(1만3000 세트정확)에 16개만 남겨뒀지만, 순위싸움이 한창인 상황에서 팀의 승리만 바라보며 싸워야 했던 터라 기록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단지 자신의 토스가 득점과 연결되는 그 자체에 의미를 뒀다. 이효희는 늘 그랬다. 공격수의 타점을 살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공도 허투루 올리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세터다.

이날도 그랬다. 공교롭게도 도로공사는 이효희가 기록 달성 시상을 마친 뒤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3세트 막판 18-23까지 끌려가며 셧아웃 패배의 위기에 몰렸지만 연달아 7점을 따내며 흐름을 바꿨다. 3세트서 잠시 숨을 고른 이효희는 4세트에만 53.85%(24시도 16성공)의 세트정확도를 자랑했고, 풀세트 역전극을 이뤄냈다. 도로공사는 세트스코어 3-2(23-25 22-25 25-23 25-17 15-8)로 승리하며 7연승과 더불어 선두(승점 31)를 유지했다. 경기에 앞서 “기록 달성하고 지면 안 되는데…”라고 걱정하던 도로공사 구단관계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이효희 총 48개의 세트정확을 기록했다. 개인통산으로 1만3032개가 됐다.

인천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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