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친구 성관계 시키고 ‘성폭행범’ 몰아 돈 뜯은 10대들…엄마도 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3일 2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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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친구를 표적으로 노린 각본을 짠 뒤 성폭행·절도범으로 덤터기를 씌워 합의금을 뜯어내는 등 성인범죄를 능가하는 청소년 공갈 사건이 기승이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23일 동급생을 성폭행범으로 몰아 현금 2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공동 공갈)로 고교 자퇴생 문모 군(18)을 구속했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여고생(18) 등 청소년 6명과 여고생의 엄마(48)를 불구속 입건했다.

문 군 등은 지난해 11월 5일 오후 9시 광주의 한 모텔로 A 군(18)을 불렀다. 그는 A 군을 부르기 전 또래 6명과 치밀한 ‘꽃뱀’ 작전을 세웠다. 이들은 A 군이 모텔에 오자 시나리오대로 술자리를 이어가다 한두 명씩 방을 빠져나왔다.

이들은 A 군과 여고생 두 명만 방에 남겨놓았다. 이들은 A 군이 여고생의 유혹에 넘어가 성관계를 가진 후 다시 나타났다. 여고생은 화를 내며 방을 나갔다. 문 군 등은 A 군을 걱정해주는 척하며 “(여고생에게) 성폭행을 사과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라”고 말했다.

이어 A 군 엄마를 만나 “성폭행을 사건화하지 않으려면 합의금을 줘야한다”고 말해 2000만 원을 뜯어냈다. 중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여고생 엄마는 합의금 중 1200만 원을 챙겼다. 문 군 등은 친구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동급생 부모에게 2300만 원을 뜯어낸 것을 알고 모방범죄를 저질렀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앞서 동급생을 성폭행범으로 몰아 2300만 원을 뜯어낸 김모 군(18) 등 2명을 구속했다. 김 군 등 2명은 지난해 10월 2일 광주의 한 아파트 자신의 집으로 B 군(18)을 불러 속칭 ‘왕 게임’을 하면서 술을 마시게 했다. 김 군 등은 4, 5시간 동안 술자리가 이어지자 B 군과 여중생(14)에게 게임명목으로 성관계를 맺도록 했다. 김 군 등은 ‘여중생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한다며 B 군을 협박했다. 이어 B 군 아버지를 집요하게 협박해 현금 2300만 원을 뜯어냈다.

경찰은 또 동급생을 절도범으로 몰아 180만 원을 뜯어낸 최모 군(18)을 불구속 입건했다. 최 군 등은 2015년 6월경 C 군(18)에게 친구의 집에서 훔쳐온 금팔찌를 금은방에서 가격을 알아보자고 꼬드겼다. 이후 “절도가 들통 났다. 금은방 폐쇄회로(CC)TV에 우리 모습이 찍혀 합의금이 필요하다”고 속였다. 최 군 등은 C 군 부모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8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청소년 사이에서 범죄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꾸민 뒤 만만한 친구를 성폭행·절도범으로 몰아가는 속칭 ‘호구작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뜯어낸 합의금으로 명품 옷과 신발을 산 뒤 또래들에게 자랑하고 다니다 경찰수사망에 포착됐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조작증거 확보, 피해 학생 부모에게 집요한 협박 등으로 성인 공갈사건을 능가했다. 피해 학생 친인척 중에는 법률전문가도 있었지만 공갈사실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지갑이나 스마트 폰을 고의로 분실한 척하며 절도를 유발시킨 뒤 합의금을 뜯어내는 덤터기 사건도 기승을 부리는 것 같지만 쉬쉬해 적발이 쉽지 않다”고 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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