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빨래 세탁기 돌풍… 윤부근의 족집게 예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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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액티브워시’ 국내 출시 3주만에 1만5000대 판매

25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모델들이 세계 최초 애벌빨래 겸용 세탁기 삼성전자 ‘액티브워시’를 소개하고 있다. 액티브워시는 출시 3주 만에 판매량이 1만5000대를 넘어섰다. 삼성전자 제공
25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모델들이 세계 최초 애벌빨래 겸용 세탁기 삼성전자 ‘액티브워시’를 소개하고 있다. 액티브워시는 출시 3주 만에 판매량이 1만5000대를 넘어섰다. 삼성전자 제공
윤부근 사장
윤부근 사장
울릉도 출신 고등학생에게 대구 유학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독서실에서 먹고 자고 학교를 다녔다. 독서실 바닥이 너무 딱딱해 책상에서 엎드려 자는 날도 많았다. 그럴 때면 발이 퉁퉁 부어 신발을 신기도 힘들었다. 식사는 건너뛰기 일쑤여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빨래도 직접 해야 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생활가전(CE)사업부 사장(52) 얘기다. 윤 사장의 오랜 자취 경력이 빛을 발했다.

2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윤 사장이 기획한 전자동세탁기 ‘액티브워시’가 국내 시장 판매 3주 만에 1만5000대 이상 팔렸다. 드럼 세탁기가 주류가 된 국내 세탁기 시장에서 액티브워시의 판매 속도는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다.

액티브워시의 인기 비결은 단연 ‘애벌빨래’ 기능이다. 개수대와 빨래판을 일체형으로 만든 세탁조 커버 ‘빌트인 싱크’와 물 분사 시스템인 ‘워터젯’을 넣었다. 소비자는 세탁기 위에서 애벌빨래를 한 뒤 곧바로 아래에 있는 세탁조로 세탁물을 투입할 수 있다.

애벌빨래 기능을 직접 채택한 것은 윤 사장이었다. 삼성전자는 한국 미국 영국 중국 인도 싱가포르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에서 현지인들로 구성한 ‘프로젝트 이노베이션 팀(PIT)’을 운영하고 있다. 2012년 12월 인도 PIT팀이 들고 온 수많은 아이디어들 중 윤 사장이 애벌빨래를 “바로 이것”이라며 발탁한 것이다. 윤 사장은 당시 아이디어를 내놓은 멤버에게 즉석에서 포상까지 했다.

지난해 4월 인도에 내놓은 액티브워시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윤 사장은 같은 해 7월 액티브워시 판매 지역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키로 결정했다. 이달 국내 시장에 선보인 데 이어 다음 달에는 북미 시장에도 내놓을 예정이다.

윤 사장은 “빨래를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애벌빨래 기능이 얼마나 유용한지 안다”며 “아이디어를 보는 순간 자취하던 때가 떠올라 ‘저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유년 시절 어머니가 빨래하던 모습을 떠올린 것도 있지만 오래 자취경험이 그러한 결정의 배경이 된 것이다.

윤 사장은 최근 CE사업부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상품 라인업을 일일이 검토해 ‘퇴출 상품 리스트’를 만들었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주력 상품뿐만 아니라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도 꼼꼼하게 챙겼다. 박원 삼성전자 CE사업부 마케팅그룹장(전무)은 “윤 사장이 오랜 자취 경력을 가진 덕분인지 주요 소비자인 전업 주부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전했다.

윤 사장은 2000년대 후반 ‘보르도 TV’ 개발을 진두지휘하면서 삼성전자를 글로벌 TV시장 1위로 만들었다. 그가 2012년 1월에 맡은 생활가전 부문에서도 삼성의 질주를 이끄는 데는 청년 시절 경험이 큰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애벌빨래 세탁기#윤부근#액티브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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