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도서/보스톤에서]'생물학적 무기와 미국의 비밀전쟁'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15분


◇ 세균들:생물학적 무기와 미국의 비밀전쟁/쥬디스 밀러 외 사이몬앤슈스터

올해 노벨상 수상자 V. S. 나이폴은 얼마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무역센터 폭파 사건은 너무도 가난해서 종교 밖에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서방세계에 품어온 “종교적 증오”가 주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 책(‘Germs: Biological Weapons and America’s Secret War’)이 분명히 밝히는 것 역시 생물학적 무기들은 “가난한 자의 수소 폭탄”이라는 것이다. 세균들은 작은 연구소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대량학살이 가능한 끔찍한 무기이다.

출간 전부터 아마존의 예약판매에서 베스트 셀러에 올랐으며,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 전역이 탄저병의 긴장에 사로잡힌 지금 이 책은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뉴욕타임스의 세 명의 고참 리포터들은 과학자들과 클린턴 대통령을 포함하는 미국 공무원들과의 수 많은 인터뷰, 옛 소련의 생체 무기 제조시설 현지 취재, 최근에 기밀 리스트에서 삭제된 서류 등에 근거해서 생물학적 무기들과 그것에 대항하는 싸움에 관해서 놀라운 사실들을 밝혀준다.

이들은 “생물학적 무기의 위험은 너무도 급박해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으며, 이런 새로운 형태의 싸움은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끔찍한 악몽”이라고 경고한다. 지금 미국의 현실 또한 이들의 경고가 얼마나 절박한지 여실히 드러낸다. 우체국은 수상한 우편물에 대한 대처 요령을 발송하고, 탄저병으로 사망한 4명을 테러리즘의 희생자로 보상하는 것이 발표되고, 천연두에 대한 위험이 경고되고 있다.

공동 저자인 쥬디스 밀러는 한 인터뷰에서 다년간 중동에서 살았던 체험과 탈레반 정부에 초대받았던 경험을 통해 “빈 라덴은 단순한 광신자가 아니라 미국과의 전쟁을 통해서 신화적인 영웅이 되려 한다”고 분석했다.

밀러는 미국의 전형적 지식인답게 미국인들이 테러 세력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새로운 전쟁을 제대로 알아야할 필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이 책은 세균전에 대한 지식을 미국 시민에게 전수하면서 그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지식이 가리키는 지평은 어디인가. 탄저병 항생제인 시프로(Cipro)를 미리 사두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인가, 아니면 밀러가 제시하듯이 생물학전을 대비해 건강 보호체계를 개선하는 것인가?

그러나 이 책은 역설적으로 그 모두가 해답이 될 수 없음을 적시하고 있다. 생물학 무기에 대한 유일한 대응법이 있다면 오직 한가지 뿐이다.

“숨을 곳은 아무데도 없다!(Nowhere to hide!)”

정명희(국민대 영문과 교수·하버드대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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