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시절]김국진, 스탠딩 개그 실패…'진짜 웃음' 깨달아

입력 2001-10-24 18:21수정 2009-09-19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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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그맨 데뷔는 1991년 5월5일에 열린 제1회 KBS 대학개그제를 통해서였다. 나는 군복무를 마친 뒤 경기대 3학년으로 복학했는데 한 후배가 대학개그제에 함께 나가자고 했다. 그때 같은 학교는 아니었지만 여학생도 한명 응시했는데 조혜련이었다.

나와 대학 후배는 2차 시험을 통과해 최종 본선에 올랐으나 조혜련은 2차에서 떨어졌다. 최종 본선에 오른 우리 둘은 팀을 이뤄 시사 문제를 두고 서로 말을 주고 받는 ‘격동 30년’이란 토크 개그를 펼쳤다. 그런데 갑자기 내 대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대사를 잊은 것을 감추기 위해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라며 시간을 벌었으나 식은 땀이 흘렀다.

당시 본선 출전자는 김용만 박수홍 김수용 남희석 양원경 등 쟁쟁한 멤버들이었다. 속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자가 동상 세 팀을 부르면서 마지막으로 우리 팀이 호명됐고 나는 벌떡 일어나 후배를 끌어안았다.

개그맨이 되자 마자 나는 승승장구했다. 신인들이 거치는 포졸1, 포졸2 같은 단역도 거의 맡지 않고 바로 ‘코너’에 투입됐다. 당시 코미디는 심형래 선배의 슬랩스틱 스타일(과장된 몸짓의 코미디)과 최양락 김형곤 선배의 콩트 개그가 유행이었다. 나는 말을 주고 받는 토크 개그를 활성화시키고 싶었다.

한번은 코미디 프로그램인 ‘한바탕 웃음으로’에서 관객을 상대로 혼자하는 ‘스탠딩 개그’에 도전했다. 나름대로 수준높은 웃음을 유발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응이 썰렁했다.

그때 담당 박성명 PD가 해줬던 말을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개그는 남녀노소 모두가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큐가 높거나 낮거나 함께 웃을 수 있는 게 진짜 웃음이다.”

그 뒤 다양한 관객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보편적 웃음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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