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건강]폐암, 담배가 최대의 적…사망률 1위암 부상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24분


조지 해리슨
조지 해리슨
전설적인 록 그룹, 비틀스의 멤버 조지 해리슨(58)을 최근 잃고 영국이 비탄에 잠겼다. 그를 앗아간 것은 폐암이었다. BBC 방송은 그의 부음을 알리는 기사 제목을 ‘조지 해리슨, 조용한 비틀스’로 달았다. 그는 그만큼 조용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섬싱(Something)’ 등 그가 비틀스 시절 작곡한 노래도 대부분 조용한 노래다. 해리슨은 66년 모델 출신의 페티 보이드와 결혼했지만 아내 역시 조용히 양보했다. 친구인 에릭 클랩톤이 ‘레일라(Layla)’란 노래를 지어가며 보이드에게 구애하자 선선히 물러섰다.

이처럼 조용했던 그를 앗아간 폐암도 ‘조용한 암’으로 통한다. 암이 진행되기 전까지 증세가 거의 없어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기 발견시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60%를 넘는다. 그러나 수술이 가능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전체 폐암 환자의 15%에 불과하다.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전체 폐암 환자의 수술후 5년 생존율은 14%에 그치고 있다.

폐암은 90년대 중반까지 국내 암 중 간암 위암에 이어 사망률 3위였지만 어느새 국민 건강을 파먹기 시작해 올해에는 위암을 제치고 사망률 1위의 암이 됐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전문병원인 미국 MD앤더슨병원의 폐암 전문가들을 초청, 5일 ‘폐암 심포지엄’을 연다. 심포지엄에서 발표될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표적 공격하는 항암제〓최근 국내 폐암 환자 사이에는 미국에서 3차 임상시험 중인 ‘이레사’(ZD1839)가 화제다. 이레사는 폐암이라는 ‘적군’의 진지를 표적삼아 제한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폐암 캠프 일대를 초토화하는 ‘핵폭탄’은 아니다. 폐암은 소세포암과 비(非)비소세포암으로 분류되는데 이레사는 비소세포암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를 차단하는 ‘통신망 폭격제’에 속한다. 미국의 임상시험 결과 암 세포가 절반 가량 감소한 환자가 투여 대상의 18∼2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임상시험중인 ‘통신망 폭격제’는 이밖에도 많다. 그 가운데 하나인 C225는 유방암에서 효과가 입증됐으며 폐암에서도 효과가 기대된다.

또 만성골수구백혈병의 치료제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글리벡은 특정한 효소가 발견되는 일부 소세포 폐암의 효소를 집중공격해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밖에 암세포가 주변 조직으로 파고들기 위해 주변 조직을 분해하는 효소를 무력화시키는 ‘MMP 억제제’와 혈관 생성 억제제 등 수많은 신약이 임상 시험 중이다.

▽수술 및 방사선 치료법의 발전〓현재 1, 2기 환자는 수술이 원칙이다. 최근 수술법의 발전으로 이전에는 수술을 포기했던 환자도 수술할 수 있게 되었으며 수술 전후에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 치료율을 높이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방사선 치료는 강한 방사선을 쏘아 암세포를 파괴하거나 적정량의 방사선을 투여해서 증상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이중 입체 조형 방사선 치료는 환자의 환부를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찍어 모의 치료기로 CT 사진을 재구성해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친 다음 5, 6개 방향으로 치밀하게 방사선을 쏘는 것. 지금까지의 2차원 방사선 치료법보다 더욱 정확하게 강한 방사선을 쏠 수 있어 ‘오폭(誤爆)’ 가능성을 낮춘 것. 국내 주요 대학병원도 이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항암제 병용 방사선 치료는 적절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것. 미국에서는 몸은 건강한 편이나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의 환자는 이 방법을 치료하는 것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국내에도 도입돼 3기 환자의 치료에 주로 쓰이고 있다. 강도 조절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 치료 조사면(照射面)을 1㎠ 이하로 분할해서 암세포에는 강한 방사선, 정상 세포에는 약한 방사선을 쏘는 것. 미국의 일부 암센터에서는 암 세포 내의 특정 부분만 방사선으로 폭격하는 ‘분자 표적 방사선 치료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흡연과 폐암▼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며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흡연자일 경우의 ‘간접흡연’도 어린이나 임신부 등에는 치명적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3000여명의 간접 흡연자가 폐암으로 숨지고 있다. 또 청소년기에는 아직 폐의 세포와 조직이 미숙한 상태이므로 발암 물질의 영향을 더 받는다.

담배를 끊으면 폐암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금연한다고 폐암의 위험이 바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흡연 경력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폐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비타민A 생성을 유도하는 물질인 레티노이드를 투여하면 기관지 점막 세포가 암 세포로 바뀌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 현재 진통소염제로 사용되는 ‘콕스2 억제제’를 투여하면 암세포의 증식과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의 생성을 동시에 막을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현재 보통 CT보다 방사선 양을 6분의 1로 쬐는 ‘저용량 CT’를 통해 암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이 개발돼 국내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폐암의 크기가 1㎝ 이하면 대부분 치료가 가능한데 이 진단법으로는 3㎜의 암도 발견할 수 있다.

▼양정현 삼성병원 소장 "흡연자는 꼭 정기검사 받아야"▼

“올해 사망률 1위의 암으로 부상한 폐암은 당분간 국민을 가장 괴롭히는 암이 될 것입니다.”

5일 삼성서울병원 지하 1층 대강당에서 미국 MD 앤더슨 병원의 폐암 전문가들을 초청해 ‘폐암 국제 심포지엄’을 여는 이 병원 암센터 양정현 소장(53·사진)은 이번 심포지엄이 폐암 치료 수준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심포지엄에는 제임스 콕스, 리추코 코마키, 메릴 키스 등 MD앤더슨 병원의 암 대가들과 이 병원 출신의 국립암센터 원장 이진수 박사 등이 참가한다.

양 소장은 “간염 백신의 보급과 냉장고의 확산 등으로 간암과 위암은 줄고 있지만 흡연과 공해 등으로 생기는 폐암은 증가 추세”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금연운동이 효과를 보면서 폐암 발병률도 떨어지고 있으며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받으면 5년 이상 생존율이 60% 이상 수준에 이르렀다.

양 소장은 “폐암 정복의 난관은 조기 진단율이 낮아 치료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면서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정기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MD 앤더슨 병원이나 삼성서울병병원의 폐암 치료율은 14% 정도로 비슷하지만 국내에서는 임상시험이 제한돼 있고 새 치료법을 도입하거나 치료비가 많이 드는 치료가 불가능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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