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씨, 이럴땐 어떡해요?] 신랑은 「마마보이」

입력 1999-03-28 19:24수정 2009-09-2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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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손숙씨가 독자 여러분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는 ‘손숙씨 이럴 땐 어떡해요’를 매주 월요일에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고민이나 흐뭇하고 재미난 일,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경험담 등을 편지에 담아 보내주십시오.》

▼ 편지 ▼

갓 시집온 초보주부입니다. 시어머니와 남편은 누가 먼저 전화를 하는지 둘이 매일 통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는 우리 집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제가 잘못하면 나무라는 전화를 하십니다. 남편이 밥을 먹다가 돌을 씹었다거나 콩나물 무침이 너무 질겨서 제대로 못먹었다는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결혼 한 뒤에도 남편이 어머니와 지나치게 가까운 모습을 보여 거북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님이 보시는 데서 속내의를 갈아입거나 어린 아이 때처럼 남편에게 어머니가 간식을 먹여주신다든지요. 어떤 때는 어머니가 마치 라이벌처럼 느껴집니다.

지난 설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시댁에서 시부모님들이 외출하신 틈에 신랑과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신랑의 품에 안겨 얼마나 잤을까. 어머님이 오시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지만 전 그대로 누워있었습니다. 어머님께서 문을 열면 신랑 품에 안겨 자고 있는 광경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신랑은 효자가 아니라 마마보이처럼 보입니다. 내가 샤워하라고 하면 남편은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엄마가 아침 저녁으로는 샤워하는 것 아니라고 했어. 그렇게 하면 감기든대….” 나는 발끈하는 심정에서 뜨거운 물을 틀어 벽과 바닥에 부어놓고 김이 모락모락 일어나도록 한 뒤 샤워를 하게 했습니다.

그 뒤 어떻게 됐느냐고요? 신랑은 감기에 걸려 여태 고생하고 있습니다. 어머님의 승리입니다. 마마보이는 불치병인가요.(한 새댁)

▼ 답장 ▼

고부간의 문제에서 남자(그러니까 아들이자 남편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 말씀을 들으면 아내가 ‘몹쓸 사람’이고 아내 얘기 들으면 ‘어머니가 벌써 망령나셨나’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남자분의 하소연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주부께선 아내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을 어머니에게 시시콜콜 전하는 남편 때문에 속상해하고 당황하시는 것 같습니다. 먼저 남편과 툭 터놓고 얘길 좀 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결혼 후 남자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 그리고 아내가 느꼈던 당혹스러움, 고쳐줬으면 하는 점들을 싸우지 말고 설득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남편은 아마 결혼전 습관대로 미처 아내의 입장을 생각 못하고 있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일부러 외출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보란 듯 남편과 누워있는 행동 등은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군요. 어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할 도리를 하면서 의사 표시를 현명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좋은 방향으로 일이 풀릴 거예요.

손숙(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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