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말말말]"손기정이후 64년만에…"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00분


일본의 다카하시 나오코(高橋尙子)선수가 24일 시드니올림픽 마라톤경기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열도는 ‘일본 육상 여자 첫 번째 쾌거’라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대부분의 일간지와 스포츠신문이 2∼4면의 호외를 발행했으며 인터넷신문들도 일제히 관련 특집을 꾸몄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다카하시의 금메달 획득 소식을 전하면서 베를린 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孫基禎)씨의 경우를 여전히 일본인의 우승으로 취급했다.

일본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당시 일본 식민지하에 있었던 조선 출신의 손기정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고 남자 3단 높이뛰기에서 다지마 나오토(田島直人)선수가 우승했다’며 ‘64년만에 일본인이 육상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육상 분야 금메달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3단 높이 뛰기의 다지마, 마라톤의 손기정(당시 일본의 강점기하에 있던 조선 출신)이래 남녀를 통틀어 64년만의 일이며 제2차 세계대전후 첫 번째’라고 보도했다.

일본인들은 “다카하시의 마라톤 경기 방송을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며 “오르내리막이 심해 특히 어려웠던 이번 마라톤코스에서 일본 여자선수가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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