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통신]맥주-펍-도박…흥청대는 시드니의 밤

  • 입력 2000년 9월 16일 16시 34분


○…맥주와 펍, 그리고 도박.

시드니의 밤을 이해하려면 이 세가지를 알아야 한다고 이 곳 사람들은 말한다.

15일 올림픽 개막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밤 11시경 시드니 도심에 위치한 오말리 펍 에는 70여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어울려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시끄러운 음악으로 장내가 쩌렁쩌렁 울렸지만 이들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빅토리아비터 투히즈 포스터 기네스 등 이들 앞에 놓인 것은 한결같이 맥주였으며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짝을 이뤄 맥주를 마시고 있던 마크(21·시드니대)는 친구들과 여기 온지 2시간쯤 됐다 며 아직 취하지는 않았다 고 말했다.

한쪽 구석에는 벌써부터 술취한 젊은이들이 비틀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이들이 마시고 있는 술도 역시 맥주.

시드니에는 거의 모든 마을에 영국식 펍이 한 두개씩 있으며 요즘은 지역 주민들만 출입할 수 있는 멤버쉽 펍(클럽)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사회학자 카렌 바렛은 한낮에 뜨거운 태양 아래 광산이나 농장에서 일을 끝마치고 술집에서 들이키는 시원한 맥주 한잔이 호주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긴 설명이 필요없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사람들은 집에서 식사할 때는 물론 야외에 소풍을 나가 바베큐를 할 때도 휴대용 냉장고에 맥주를 정성스럽게 담아간다.

이렇듯 술을 좋아하는 호주인들의 음주문화는 때로 폭음으로까지 이어진다. 젊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파티를 한 뒤에는 거의 예외없이 길거리에 구토를 하는 친구들이 한 두명씩은 나오게 마련이다. 펍과 나이트클럽 섹스숍 등이 몰려 있는 시드니 최대의 유흥가 킹스크로스에서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한다.

가벼운 식사에 맥주 한 잔을 마신 시드니의 젊은 연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데이트 코스는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 하버브리지까지 이어지는 바닷가 산책로. 이를 따라 걷다 하버브리지에 이르러 벤치에 앉으면 넘실대는 바다 물결 위에 그림처럼 떠다니는 도심의 야경이 연인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도박은 시드니의 밤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호주의 대부분의 대도시에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카지노가 한 개씩 있다. 거의 모든 펍이나 클럽에도 별도의 작은 방에 빠찡코나 카드도박 기계가 몇 대씩 있을 정도로 호주 사람들은 도박을 좋아한다. 1년에 호주에서 도박에 소비되는 돈이 호주정부 예산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

뉴사우스웨일즈 정부 지역개발부의 헨리 존스톤 국장은 호주의 카지노는 호주 사람들이 그만큼 도박을 즐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 등 아시아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고 말했다. <시드니=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美대표 5년경력 예상 못한 깜짝 우승▼

○…시드니올림픽 첫 금메달의 주인공 낸시 존슨(26·미국·사진))은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도 출전했던 국가대표 5년 경력의 ‘주부 총잡이’. 그동안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해 98세계선수권대회 7위, 99팬아메리칸대회 2위, 2000밀라노사격대회 4위가 고작.

그러나 낸시는 88년 올림픽종목으로 채택된 뒤 그 해 이리나 칠로바(소련), 92년 여갑순, 96년 레나타 마우에르(폴란드) 등 신데렐라를 탄생시킨 여자공기소총에서 또 한번의 이변을 만들어내며 세계정상에 우뚝 섰다.

낸시는 사격 외에 육상과 산악자전거 등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우먼이며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엘리트. 91년 신경계통에 치명적인 병이 걸려 선수생활을 잠깐 중단했지만 취미인 육상과 산악자전거로 병을 고쳤다.

▼휠체어 신세선수 金획득 믿기지 않는 드라마▼

○…유난히 감동적인 인간 승리의 스토리가 쏟아져 나오곤 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불과 작년까지 휠체어 신세였던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거는 믿기지 않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16일 시드니 국제사격센터에서 벌어진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우승한 프랑스의 프랑크 뒤물랭(27)은 1년전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 한쪽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던 선수.

뒤물랭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도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집념을 접지 않고 재활에 매달린 결과 모두 불가능하다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뒤물랭은 "마치 복싱 경기에서 KO펀치로 경기를 마무리 지은 기분"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뒤물랭은 합계 688.9점을 쏴 이번 대회 우승이 유력하던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왕위푸(중국)를 1점차로 제쳤다.

왕위푸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뒤물랭이 결선까지 시종 앞서나가자 제풀에 무너졌다.

뒤물랭은 2년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0m공기권총에서 우승한 이후 국제무대에서 사실상 사라졌다가 이날 화려한 재기의 나래를 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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