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어제오늘]경기 광주「분원마을」

  • 입력 1997년 7월 28일 08시 11분


서울시민의 식수원인 팔당호를 사이에 두고 하남시와 마주보고 있는 경기 광주군 남종면 분원(盆院)마을은 조선시대 왕실에 진헌(進獻)하는 이조백자를 구워내던 광주분원이 있던 곳이다. 자기 제조를 책임진 사옹원의 제작소였던 분원의 옛 모습은 더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분원초등학교 교정에 분원도요지의 터만 남아있을 뿐이다. 조선 도예공의 후손들이 꽤 거주하고 있지만 가업을 계승하는 경우는 드물다. 분원마을은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했다. 조선시대의 백자도요지에서 60년대에는 배추산지로 유명했고 요즘은 붕어찜의 원조로 널리 알려졌다. 분원마을에서 붕어찜요리가 「탄생」한 계기는 지난 70년대초의 팔당댐 건설이었다. 한때 「분원 배추」로 유명했던 이곳은 전국 최대의 비닐하우스촌으로 서울시민의 김장용 배추를 책임지다시피 할 정도였다. 그러나 팔당댐 건설로 농토가 수몰되자 하나 둘 고향을 등졌고 남은 사람들이 주업을 바꿔 팔당호에서 잡히는 붕어로 붕어찜을 개발했다. 분원마을은 붕어찜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이달초 「붕어찜 축제」를 성대하게 열었다.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붕어찜은 특히 수술회복기 환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내장을 뺀 붕어를 무 감자 위에 놓고 고추장 들깨가루 마늘 파 등 양념을 첨가해 푹 끓이면 담백한 맛의 붕어찜이 된다. 도예공의 후예로 12대째 분원마을에서 살아온 柳鎭滿(유진만·45·유대감집 주인)씨는 『팔당호를 배경삼아 맛보는 붕어찜은 일품』이라며 『도예지로 유명했던 옛 명성을 붕어찜으로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주)〓성동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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