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한옥에서 산다고 말하지 않는다. 한옥을 지니고 산다고 한다. 한옥이라는 전통 목조가옥에서의 삶은 그래서 고달프고 비경제적이고 때맞추어 손보지 않으면 누옥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옥에서의 삶은 전통이 해체되고 어설픈 서구화에 휩싸인 우리의 주거방식이 혼재의 극을 달리고 있는 이 세기말에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주거의 정체성을 찾는다거나 또는 단순히 멋을 부리기 위해서 한옥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 다음 세기, 즉 우리보다 훨씬 현명하고 지혜로운 후대를 위해 선대들의 삶의 자취를 보존해 그들에게 텍스트로 남겨 주는 일이 무엇보다 큰 의미를 갖는 일인 것이다.
서울 삼청동 익청각(益淸閣)은 한옥의 원형을 그 터와 장소에 그대로 두고 지하를 굴착해 3대가 사는 살림집을 만드는 일이었다. 주택은 세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말년까지 삶을 보낼 중년의 부부가 거처하는 한옥과 지하의 살림공간, 그리고 노부모와 아이들의 분화된 주거공간이 그것이다.
이 주택은 진입도로에서 한옥마당까지 7m의 표고차를 보이고 있다. 단면상으로 보면 진입도로와 한옥의 고저차를 이용해 진입레벨에는 주차장과 기계실, 그 윗레벨에는 양식 주거공간을 펼쳐놓은 것이다.
따라서 양식 주거공간은 지하화되는 관계로 보다 많은 채광과 통풍이 주요 설계포인트가 되었고 다양한 레벨 차이를 극복해 유기적인 동선을 확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앞으로 돌출된 양옥(크리스털 하우스)의 지붕은 맞은편 자연의 바위에서 모티브를 인용한 것으로 진입로 초입의 칠보사 문앞에서 바라보는 뒷산 북악의 연실봉 두 뫼의 형상을 따왔다.
내부공간은 다각형 천장형태를 가져 드러누워보면 주위의 가시나무 잎새를 스치는 바람과 소리없이 찾아드는 별빛 가득한 밤하늘이 보이는 방이 된다.
한옥의 바닥은 진흙을 사용해 토방미장을 했고 벽마감은 모두 한지를 발랐다. 외벽은 모두 회바름이다. 한옥의 목구조 수리는 모장원 대목이 맡았고 지붕은 와공 박윤구씨가 이었는데 처마지붕에 달린 챙은 옛것을 손보아 그대로 사용했다.
김영섭 (건축문화 대표)
▼약력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졸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4회 △서울시건축상 은상 동상 △한국환경문화대상 김수근문화상건축상 수상 02―574―3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