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서울]‘스캔들’…남산골 한옥마을

  • 입력 2004년 7월 9일 20시 08분


코멘트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를 소개하는 ‘영화 속의 서울’을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이는 단순히 유명 영화의 로케이션 장소를 소개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미건조한 서울에 ‘생명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입니다. 또 집과 직장 사이에 존재할 뿐이었던 서울의 거리, 장소를 우리의 영화를 통해 새롭게 바라보자는 뜻도 있습니다. ‘영화 속의 서울’은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코너입니다. 인상 깊었던 영화 속의 장소가 있다면 간단한 설명과 함께 e메일(tesomiom@donga.com)로 보내주세요.(도움=서울영상위원회 www.seoulfc.or.kr)》

지난해 개봉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개봉 첫 주말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전국에 사극 돌풍을 일으켰다.

이런 대성공에는 여러 차례 영화화된 원작의 영향에다 배용준의 첫 스크린 나들이라는 요인도 있었지만 ‘스타일’의 힘도 컸다.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통해 정조시대 사대부의 화려한 생활과 한복과 한옥의 세련된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했다.

영화는 남산골 한옥마을, 운현궁, 경북 안동 하회마을, 전남 진도의 운림산방 등 전국 곳곳에서 촬영됐다.

그 중 주인공 조원(배용준)이 규수 집의 담을 넘다 인호(조현재)와 마주치는 장면 등 한옥이 여러 채 등장하는 장면은 서울 중구 필동2가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촬영한 것이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극중 주인공인 조원(배용준 분·왼쪽)과 인호(조현재 분)가 담을 넘다 마주치는 장면은 서울 중구 필동2가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촬영됐다(아래). 위는 갑신정변을 일으킨 박영효가 한때 살았던 집으로 영화에서 조원이 숙부인(전도연)을 냉정하게 내치던 곳이다.-장강명기자

원치 않은 시집을 오게 된 소옥(이소연)과 인호가 밀회를 즐기고 담의 기왓장 아래에 편지를 숨겨 주고받던 장소는 순종의 장인인 해풍부원군 윤택영 고택의 재실(齋室) 뒤뜰이다.

재실이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 윤택영 고택 재실도 제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숙식하던 곳이라 일반 살림집으로 쓰이던 한옥보다 더 고아한 맛이 있다.

원래 동대문구 제기동 224에 있던 집을 남산골 한옥마을로 옮겨왔다.

조원이 숙부인(전도연)을 냉정하게 내치는 곳은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박영효가 살던 집이다.

배용준이 “당신이 날 사랑한 순간, 내 사랑이 변하더이다”라고 전도연에게 상황 종료를 알린 곳이 대한제국말 개혁지사의 꿈이 어린 장소였던 셈.

“첫 번째 잘못은 나를 만난 것이오. 두 번째는 내 말을 귀담아 들은 것이고, 세 번째는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도 떠나지 않은 것이오.”

뺨 맞기 딱 좋은 대사도 이제는 일본에까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배용준이 하면 이상하게 매력적으로 들린다.

종로구 관훈동에 있던 집을 남산골 한옥마을에 사랑채와 별당채만 복원했다.

이 밖에도 오위장 김춘영 자택 등에서도 영화 촬영이 이뤄졌다.

남산 아래는 조선시대 청학동(淸鶴洞)이라고도 불렸다. 경관이 아름다워 한양 5동에도 꼽히던 곳이다. 남산 제 모습 가꾸기 사업의 하나로 조성한 한옥마을은 2400평의 터에 전통 한옥을 이전 복원해 우리 건축물의 우아함을 살펴볼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의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

지하철3, 4호선 충무로역 3, 4번 출구에서 걸어서 1분 거리이며 입장료는 없다. 매주 화요일 휴관하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7시.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