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도 이전, 檢證까지 막아서야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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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그제 공청회에서 새 수도에 외교단지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정 입법 사법부뿐만 아니라 외국 공관도 옮겨 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이전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하는 찬성 일색의 토론을 공청회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도 이전 문제는 최대의 국가적 의제가 됐다. 전문가 그룹은 물론 일반 국민도 이전 범위나 타당성, 비용 등을 놓고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행정수도 특별법’이 실체법인지 절차법인지를 놓고 벌이는 논쟁도 그중 하나다. 당장 이해찬 국무총리 후보도 청문회에서 사법부 이전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이런 마당에 누가 뭐라 하건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는 식이어선 곤란하지 않은가.

열린우리당이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는 한나라당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여당 의원들은 “법이 통과됐는데 무슨 특위냐” “(박근혜 대표가) 사과했다고 법이 없어지느냐”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국회 때 여당이 성토했던 거대 야당의 ‘횡포’와 무엇이 다른가.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압도적으로 가결시켰을 때 국민 뜻과 다르다며 무효라고 외치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수도 이전은 국민적 공감대 없이 추진해서는 안 되는 국가적 대사업이다.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검증에 소홀했다면 이제라도 ‘공론의 장(場)’을 마련하는 게 옳다. 그래서 여러 문제점에 대해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따져봐야 한다.

수도 이전이 가장 시급한 국정과제라도 되듯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찬반을 떠나 당연히 거쳐야 할 검증절차까지 ‘수(數)의 힘’으로 막아서야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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