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뛰는 사람들]노년에 새 가정 꾸미는 송재윤부부

  • 입력 2002년 1월 4일 17시 59분


“하루 하루를 즐겁고 재미있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야죠.”

2002년은 송재윤(宋在尹·65·경기 남양주시) 조숙자(趙淑子·59·여·경기 남양주시)씨에게 있어 ‘새 출발’의 해다. 4년여의 교제 끝에 4월 결혼식을 올리기 때문이다.

물론 재혼이다. 송씨는 1984년 전처와 사별했고 조씨는 72년 이혼했다.

이들은 98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원우문화센터에서 처음 만났다. 독신노인들이 모여 문화활동 등을 하는 이곳에서 두 사람은 탁구를 치고 바둑을 두며 사랑을 키웠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교제’를 이해하지 못해요. 외로움이란 걸 모르기 때문이죠.”

이혼한 뒤 자식도 없이 26년 동안 노모(86)와 함께 산 조씨는 송씨를 만나면서 청춘을 되찾았다. 이전엔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 안색이 좋지 않다”고 말했으나 이제는 “얼굴이 참 곱다”고 한다.

“이성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가 들어도 줄어들지 않아요. 사랑을 줄 수 있는 여성을 찾고 싶었습니다.”

송씨도 조씨를 만나고 나서야 전처와 사별하고 5남매를 모두 시집 장가보낸 뒤 찾아온 육체적 정신적 외로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신랑 신부처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이들처럼 늘그막에 교제하는 사람들은 자식들의 반대와 주변의 시선 등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송씨의 자식들도 처음에는 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조씨는 꼭 웨딩드레스를 입고 예식장에 서고 싶었다. 그래서 송씨의 자식들을 직접 만나 설득했다. 그리고 허락을 얻었다.

꽃을 봐도 그저 꽃이려니 하고 지나쳤던 조씨는 이제 그 ‘아름다움’을 본다. 습관적으로 먹던 하루 세끼가 지금은 꿀처럼 달다.

두 사람은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연애’ 시절처럼 송씨는 오토바이에 조씨를 태우고 각종 축제를 돌아다닐 계획이다. 교제하면서 배운 스포츠댄스도 시간 날 때마다 같이 출 작정이다.

부부싸움도 하게 될까. “싸울 상대가 있다는 것이 행복이지요.” 조씨의 명쾌한 답변이다.

송씨와 조씨는 교제를 시작할 무렵 ‘교제 6계명’을 만들어 각자 집에 걸어놓았다. 운명처럼 만나 쉽게 헤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두 사람은 그 중 ‘항상 즐겁게 살자’는 항목을 제일 소중히 여긴다.

“1년을 살아도 희망 있게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즐겁습니다.”

두 사람의 주름진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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