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박용옥]‘민족공조’가 한반도 평화 보장 못한다

  • 입력 2006년 3월 2일 0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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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17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올해 들어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올해 안보정책의 목표를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로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6대 과제로 ‘북핵 문제 해결 구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전기 마련’ ‘한미동맹 조정 협상 마무리’ ‘지속적인 신뢰 구축으로 남북관계의 질적 도약’ ‘대북인도주의 현안의 적극적 타개’ ‘국방 개혁의 가시적 성과 도출’ ‘안보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를 선정했다.

우선 이 목표와 과제를 보면 올해는 ‘민족 공조’ 위주의 대북정책이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는 안보 문제와 관련하여 보수와 혁신 세력 간에, 자유민주주의와 통일지상주의 세력 간에 국론 분열 현상이 심화되고 대외적으로는 한미 간은 물론 역내 국가 간 역학관계에도 소용돌이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라는 안보정책 목표가 우리 안보 환경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는 안보정책 목표라기보다는 앞으로 2년 남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인 것 같다. 이는 평화를 위해 먼저 안보 태세를 굳건히 하는 개념이 아니라 평화를 추구하여 그 결과로 안보 환경이 개선되는 것을 기대하는 고전적 이상주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즉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옛 로마의 격언과는 반대로 ‘전쟁에 대비하는 대신에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인류 역사는 ‘전쟁은 힘에 의해 억제되는 것이지 선의(善意)에 의해 그 원인이 소멸되는 게 아니다’라는 점을 말해 주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반도 상황은 더욱 그렇다. 현 정부의 안보관은 역사적 교훈을 간과하는 것 같다.

‘평화의 제도화’와 ‘평화의 보장’은 별개의 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평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평화가 보장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 역대 정부도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과 1992년 남북 사이의 ‘기본합의서’ 등이 그 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군사 긴장은 여전했다.

2000년 남북 정상 간에 합의된 ‘6·15남북공동선언’도 마찬가지다. 이 선언 후에도 서해상에서 북한 해군 함정의 우리 해군 경비정에 대한 기습 포격, 특히 작년 2월 북한 당국의 ‘핵무기 보유’ 공식 선언 등 안보 환경은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NSC가 선정한 6가지 안보정책 과제를 보면 참여정부 후반부의 안보정책 성향이 뚜렷이 드러나는 것 같다. 즉, 앞으로 미국과의 거리를 더 넓히면서 민족 공조 위주의 대북정책을 구사하는 가운데 북핵 문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연계하여 장기적으로 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정책 구도로 보인다. 이 정책 구도는 현재 우리 안보 환경에 가장 위협적인 북핵 문제의 안보 및 군사적 심각성을 의식하지 않는 듯하다.

이 구도로 어떻게 한반도 유사시 동맹을 통한 군사 대비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 안위를 보장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는 항상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것은 확고한 안보 태세가 전제될 때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전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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