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사람들]'사랑의 저금통맨' 송해용 간사

  • 입력 2001년 1월 22일 15시 32분


한때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되는 50가지 일'이란 제목의 책이 유행했었다. 그 50가지 일 중에는 인생의 목표를 정하는 일, 자신의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대 초반에 그 책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었다. "당연한 소리를 왜 하지?" 하지만 꺾어진 오십세인 지금은 저 두가지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안다.

그런데 신사년 올해 꼭 서른세가 된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송해용 간사는 화려한 20대를 마감하며 두가지 과업을 모두 이뤄냈다.그것도 아직은 10대 티가 '폴폴' 나는 23살에 말이다.

송 간사는 23살이 되던 지난 94년 몽골로 떠났다. 기아대책기구 회원으로 선교사역 훈련프로그램을 교육받던 중에 기회가 닿아 몽골기아봉사를 지원하게 됐던 것.

그는 가서 몽골어 공부를 했고 6개월만에 의사소통이 거의 완벽해지자 본격적으로 몽골의 기아들을 보살피고 자립하도록 도와주는 선교활동을 했다.

"제가 했던 일은 주로 행정담당이었어요. 그 때문에 몽골어도 배워야 했던 거구요. 그런데 어린 나이에 처음 외국생활을 하려니 참 힘들더라구요. 힘들었지만 몽골에서의 25개월은 제 인생의 큰 전환기가 됐어요. 제 인생의 목표를 세웠으니까요."

그가 말하는 인생의 목표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우선 35세 정도(5년 남았다)에 중앙아시아로 기아를 위해 봉사하는 선교사역을 나가 50세까지 활동하다가 귀국해 60세까지 후진양성에 힘쓰고 60세 이후에는 아내랑 '묻힐 곳'을 찾아 여행할 생각이란다.

유순해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똑부러지게 계획을 착착 늘어놓는다. 계획 뿐만이 아니라 그는 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영국 유학을 다녀왔고 지금은 기독신학대학 학생이다.

하지만 23살에 그가 해낸 것은 인생의 목표를 다진 것 하나가 아니었다.

"몽골로 사역을 떠날 때 여자 둘,남자 둘,그리고 한 집사님까지 5명이 함께 갔어요. 몽골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그 중 한명을 짝사랑하게 된 때부터죠."

그가 '짝사랑'이라고 말하길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뜻하는 줄 알고 조심스럽게 "그럼 지금 아내는 어떤 분인가요?"라고 물었다.그러니 그의 얼굴에 '요건 몰랐지'하는 장난끼가 돈다.

"제가 짝사랑한 그 여자가 바로 지금 제 아내에요."

23살에 그는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를 만났다. 동갑이냐고 묻자 옆에 있는 김경숙 홍보실 팀장이 까르르 웃는다.

알고보니 당시로서는 조금 '파격적'인 5살 연상의 아내를 맞았단다. 그는 20대에 '누나의 남편'이 됐을 뿐 아니라 '딸딸이 아빠'가 됐다. 그만큼 그의 얼굴은 참으로 여유롭고 풍성해 보였다.

20대의 그는 이제 대충 알 것도 같아 현재 30대인 서른살의 그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지금 저요? 기아대책기구 간사로 일하고 있는 모습이 바로 서른살의 저죠. 지금 저는 교회를 방문해서 저희 기구의 선교사역을 홍보하는 일하고 일명 '저금통 일'을 하고 있어요."

"저금통이요?"

"왜 학교나 교회에서 기아들을 돕기위한 조그마한 저금통을 한번쯤은 받아 본적 있으실 거에요."

그러고보니 생각이 났다. 학교와 교회에서 굶주리는 아이를 위해 저금하라고 하며 나눠줬던 저금통. 한 석달 후 모은 저금통을 다시 내면 기아를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고 했다. 그런데 도무지 저금한 기억은 나는데 저금통을 다시 낸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저금통 회수율이 10%죠!"

송간사의 악의없는 야유를 받으며 슬쩍 수거액이 얼마정도 되는냐는 질문을 했다.

"지난해는 2억 8000만원 정도 모였구요. 올해는 3억으로 목표를 올려 잡았죠."

생각보다 많은 액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반인, 중·고교생들보다 초등학생·유치원생이 모아오는 돈이 훨씬 많단다.

"그런 적도 있어요. 말도 잘 못하는 어린 아이 하나가 전화를 했더라구요. 그러더니 저금통 하나 보내달래요. 자기도 돈을 모아서 불쌍한 아이들을 돕고 싶대요."

고사리 손을 거쳐 모인 돈(주로 동전)이 4톤 가까이 되어 봉고차로 6번을 은행으로 실어 나른 적이 있단다. 그 때문에 몸은 피곤해도 마음만은 풍요로운 그다.

20대에 해야할 일을 모조리 해치워버리고 당당히 30대에 들어선 송간사. '30대에 해야할 일'이란 책이 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책을 읽기 전에 먼저 그에게 묻고 싶다.

"30대에는 또 무엇을 해내실건가요?"

이희정/동아닷컴 기자 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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