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 vs Bear]M&A불씨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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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주식을 사야 할까, 보유해야 할까, 팔아야 할까.’ 미국계 4개 헤지펀드로 구성된 ‘칼 아이칸 연합군’이 내세운 워런 리히텐슈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가 사외이사로 KT&G에 입성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아이칸 연합군이 경영에 참여해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23일 KT&G 종가는 5만6900원.》

푸르덴셜투자증권 홍성수 연구원은 “리히텐슈타인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KT&G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이슈는 장기화할 것”이라며 목표주가 6만2000원에 ‘매수’ 의견을 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 황호성 연구원은 “M&A 이슈가 주가를 뜨게 할 수는 있지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판단할 수 없다”며 “KT&G의 본질적인 기업 가치만으로 평가하면 현재의 주가는 비싸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주가를 5만4000원에 ‘보유’ 의견을 제시했다.

○ 주주가치 변할까

KT&G의 이사진은 모두 12명이다. 이사회에서 다루는 안건은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이면 통과된다.

12명 중 1명이 회사에 ‘비우호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다.

홍 연구원은 “의사 결정이 신중해질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까지의 주주정책 기준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황 연구원은 “비록 12분의 1이긴 하지만 아이칸 연합군을 지지한 주주를 대표하므로 KT&G로서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배당금을 늘리거나 자산을 활용하자는 의견을 적극 주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주주가치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칸 연합군의 앞으로 행보에 대해서는 두 연구원 모두 “확답을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황 연구원은 “아이칸 연합군 측이 KT&G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극단적 결말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공개 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 최악의 경우 ‘담배 불매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홍 연구원은 “공개 매수뿐만 아니라 장내 매집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으며 M&A 이슈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현재 주가는 적절한가

결론적으로 보자면 두 연구원은 ‘본질가치’ 측면에서 주가를 비슷하게 내다봤다. 홍 연구원은 5만2000∼5만3000원, 황 연구원은 5만4000원.

황 연구원은 “담배 사업에 따른 주당 가치는 4만6300원, 100% 지분을 가진 한국인삼공사로 인한 주당 가치는 7900원 선”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M&A 관점에서도 주가를 볼 수 있다. 홍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본질가치에 20% 프리미엄을 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연구원은 “당분간 주가가 오르겠지만 M&A 프리미엄이 얼마인지 측정할 수 없고 장기적으로는 그 프리미엄이 소멸된다”며 본질가치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KT&G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2000년 이후 담배의 평균 매출 단가가 연 평균 12.4%씩 높아졌지만 지난해는 1.5% 증가에 그쳤다.

또 외국계 담배업체인 BAT코리아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인 영향으로 KT&G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73%로 전년에 비해 4.3%포인트 줄었다.

KT&G는 아이칸 연합군의 공격에 맞서고 이런 경영 환경을 헤쳐 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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