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사람 원합니다]<5>금융권

  • 입력 2004년 6월 30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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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업 가운데 최근 상위에 랭크돼 있는 이들 직업이 모두 금융권 직종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금융권 일자리는 다른 업종에 비해 평균 20∼30% 높은 대졸 초봉과 주40시간(5일) 근무, 상대적으로 좋은 복리후생 제도 등으로 ‘화이트칼라’를 대표하는 직종으로 꼽힌다. 매력적인 직업인만큼 취업문은 좁고 경쟁도 만만치 않다. 대학시절부터 전공분야를 충실히 공부해야 하며 성실하고 좋은 인성까지 갖춘 ‘팔방미인’이 돼야 한다. 》

▽반듯함과 창의성을 동시에 갖춘 인재를 찾는다=“주위 사람들은 당신을 신뢰하는 편입니까. 만약 주변에서 그렇게 평가한다면 본인이 신뢰성 있게 행동한 사례와 그 상황에서 보여줬던 행동을 말해 보시오.”

교보생명이 대졸 사무직을 뽑으면서 지원자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살면서 꼭 지키고 싶은 가치관이 무엇인가”,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손해나 위험에 직면해본 적이 있는가”, “명절에 기업고객이 양주를 선물했다. 어떻게 하겠는가” 등 가치관과 도덕관에 대해 묻는 질문도 수시로 금융권 면접에 등장한다.

이처럼 금융회사가 사람을 뽑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성실성. 이 때문에 금융업계는 학과장이나 교수 추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평소 학점관리를 착실히 해둘 필요가 있으며 교수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 두면 추천서를 받을 때 유리하다.

최근 신한은행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들이 사령장 수여식에 참석해 긴장된 모습으로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 신한은행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이 요구하는 인재의 모습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성실성을 기본으로 하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창의력과 혁신적 사고를 갖춘 인재를 선호하게 된 것.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인재상은 ‘창의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변화를 선도하며 고객가치를 향상시키는 프로 금융인’이다.

우리은행은 ‘서비스 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성과지향의 인재’를 원한다.

외환은행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창의력과 혁신적 사고를 갖춘 인재’를 찾는다.

삼성카드가 지향하는 인재는 ‘국제적인 감각과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창의성과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개척할 줄 아는 열린 사람’이다.

▽전문성과 오랜 준비가 성패를 가른다=최근 금융회사 대졸 공채나 경력직 채용에는 공인회계사(CPA) 미국공인회계사(AICPA) 투자상담사 금융자산관리사 공인재무분석가 등 금융 분야의 공인된 자격증을 가진 지원자들이 몰린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시절부터 관련 자격증을 따두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면접 과정에서도 최근 금융계의 동향을 묻는 질문이 수시로 나온다. 당황하지 않으려면 금리나 환율의 변화가 경제나 금융계에 미치는 영향, 세금제도 변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경제현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종합 일간지 경제면은 물론이고 경제 전문지를 꼼꼼히 읽어두는 편이 좋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제문제 등을 토론하는 집단 토론면접에 대비해 금융업종에 관심 있는 동료들과 함께 ‘스터디 클럽’을 만들어 토론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금융권 면접은 실무자 면접과 임원 면접 2개 코스로 나눠진다.

실무자 면접은 최근 인성 위주의 면접방식에서 탈피해 집단면접 프레젠테이션 팀워크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임원 면접은 각 은행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사람인지를 가려낸다.

높은 토익(TOEIC) 점수 등 공인 영어성적은 은행권에서 이미 지원의 기본조건. 몇몇 은행은 1, 2년 이내에 받은 토익점수가 800점 이상인 사람에 한해서 지원서를 받는다.

▽얼마나 뽑을까=취업정보업체인 인크루트가 최근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은행을 포함해 54개사 가운데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은 40.7%인 22개사였다. 전체 채용규모는 1447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은행권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신규채용이 상대적으로 활발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용카드업계 보험업계 증권업계에서는 채용인원이 예년보다도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200명) 기업은행(100명) 수출입은행(30명) 수출보험공사(20명) 등이 하반기에 신입사원을 뽑을 계획이다. 농협중앙회도 상당수의 인력을 뽑을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8월 이후 구체적인 채용계획이 나온다.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자동차보험이 166명을 채용할 계획이며 대한화재는 지난해(60명)의 절반 수준인 3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동부화재해상보험은 40명을 채용할 계획이며 하나증권은 계약직을 중심으로 90명 정도를 뽑을 예정이다.

최근 금융회사 면접 때 나온 질문들 (자료:인크루트)
금융회사질문
신한은행―하이닉스반도체를 중국에 매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직장에서 늦게 퇴근해 여자친구와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외환은행―본인이 부유층 지역의 지점장인데 근처의 걸인들이 이 지점에 예금을 하고 자주 찾아오면서 부유층 고객이 떠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미은행―살면서 부모님에게 저질렀던 제일 큰 불효는 무엇이었는가
―요즘 세상에서 착한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산업은행―정보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역(逆)선택이 은행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수출입은행―오늘의 원―달러 환율은 얼마인가
삼성카드 ―삼성카드가 다른 카드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교보생명―우연히 1억원이 생겼을 때 1년 안에 2억원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하겠는가
대한생명―금리와 주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시오
대한화재―화재보험이란 무엇인가
삼성화재―국내 자동차 모델 이름을 기억나는 대로 말해보시오
농협―쌀 시장 개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굿모닝증권―증권회사에서 VIP고객이란 어떤 사람인가
신한증권―증권 영업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한화증권―주식 실전투자를 해봤는가, 수익률은 얼마나 됐나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우리은행 입사한 배윤정씨 “소개서 내용 회사에 맞췄죠”

“대학 강의가 취업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신문을 꼼꼼히 읽으면서 전공 공부에 열중하다 보면 진로 선택에 큰 도움이 되지요.”

올해 2월 ‘4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리은행에 입사한 배윤정(裵允廷·25·사진)씨. 취업하기가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요즘 그가 털어놓은 취업 성공 비결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취업 성공의 지름길은 취업하고자 하는 회사에 대해 먼저 자세히 ‘연구’하고 자기소개서를 통해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임을 강하게 부각시키라는 것. 토익 점수나 학점이 비슷한 지원자인 경우 입사를 위해 사전에 얼마나 성의 있게 준비했느냐가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기 마련이기 때문.

배씨는 “졸업생 한 명이 취업을 위해 보통 20∼30개의 지원서를 쓰지만 대부분 한 번 써놓은 소개서를 회사 이름만 바꿔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회사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내용도 최대한 이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파악하기 위해 다른 학교에서 열리는 취업설명회에도 열심히 찾아다녔다.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설명회 뒤로 이어지는 뒤풀이도 마다하지 않았고 회사 홈페이지를 뒤지며 하루를 보낸 적도 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는 팀워크 열정 리더십 창의력 책임감 등 핵심어를 늘어놓고 회사마다 요구하는 덕목에 맞춰 자신의 경험을 적절히 안배해 설득력 있는 소개서를 작성했다.

그는 “최근에는 상식시험이나 논술보다 면접을 중시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면접 훈련도 평소에 꾸준히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면접관이 불쑥 던지는 질문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질문 의도를 먼저 파악하고 대답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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