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기업]일진다이아몬드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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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하기 직전 일진다이아몬드의 한 직원이 다이아몬드의 용도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있다. 포장 업무를 하는 사람은 단 세 사람. 연간 2억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이들의 손을 거친다. 음성=허진석기자
포장하기 직전 일진다이아몬드의 한 직원이 다이아몬드의 용도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있다. 포장 업무를 하는 사람은 단 세 사람. 연간 2억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이들의 손을 거친다. 음성=허진석기자
10일 오전 11시 충북 음성군 대소면 일진다이아몬드 생산현장은 공장이라기보다는 연구소 분위기를 풍겼다. 흑연을 다이아몬드로 탈바꿈시키는 시설은 7m 높이의 거대한 프레스기. 흑연을 품고서 1시간동안 섭씨 1500도의 고열과 5만기압(기관차의 무게로 하이힐 뒤축을 누르는 정도와 비슷)의 압력을 유지하면서도 큰소리를 내는 법이 없었다.

이 회사는 198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고급 공업용 다이아몬드 생산기술을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했다. 당시 세계 시장을 양분하던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드비어스는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국제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일진은 당당히 독자기술임을 증명해 보였다. 지난달에는 오히려 GE가 관련 사업부를 구조조정 전문회사에 매각하는 바람에 세계 2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까지 맞았다.

김규섭(金圭燮) 사장은 “경쟁 회사가 가격을 낮추는 공세 속에서도 꾸준히 기술력을 개발, 시장점유율을 20%대까지 높였다”며 “금융이나 영업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기술이 부가가치의 근본이라는 생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프로젝트 값의 3분의 1이나 차지한다는 0.7∼0.9인치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양산을 시작했다. 일본의 소니와 세이코엡슨 두 회사만이 만들고 있는 제품으로 프로젝터 방식의 대형 TV에도 활용되는 부품.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주파수 필터 소재도 최근 생산을 시작했다.

기술은 이익으로 이어졌다. 작년 966억원 매출에 순이익은 193억원. 제조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액대비 순이익률이 20%나 된다.

기술 개발을 위해 매출액의 20% 가량을 매년 투자한다. 600여명의 직원 중 연구인력이 70여명, 이 중 박사가 30명이나 된다. 직원들의 박사과정 학비를 지원하고 학위를 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내 정보 공유망은 작은 기업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무기.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화학공식부터 최근 특허 정보, 최신 응용기술과 신기술 등이 망라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최근 고온 고압 기술을 활용해 천연 다이아몬드의 색깔을 되찾아 주는 기술을 개발, ‘진짜’ 다이아몬드 사업에도 진출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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