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피플]굿모닝시티 윤창열 사장

  • 입력 2002년 3월 26일 17시 20분


가난 때문에 13세 어린 나이에 망치와 끌을 잡았던 목수가 마침내 1조원 규모의 개발사업을 주무르는 ‘사장님’이 됐다. 서울 동대문에 연건평 2만9000평의 초대형 패션몰 ‘굿모닝 시티’를 분양하고 있는 윤창열(尹彰烈·48·사진) 사장의 얘기다.

그의 과거는 능숙한 작가가 잘 포장한 서사시와 비슷하다.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180명 가운데 3등을 했어요. 그런데 등록금이 없더라고요. 전북 익산에서 무작정 상경해야 했지요. 그때 목공일을 시작했습니다.”

16세 때 직접 목공소를 차리기도 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남의 밑에서 일하기를 13년.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놓았던 펜을 다시 잡았다.“중학생 교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는 그는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치고 29세 때 연세대 중문과에 합격했다.

“푼돈은 막노동으로 벌 수 있지만 큰돈은 배우지 않고서는 쥘 수 없습니다.”

대학 시절 독서실을 운영할 정도로 사업에 수완을 보였지만 정작 생각처럼 ‘큰돈’을 벌기는 어려웠다. 욕심을 부려 33세 때 하천 복개공사를 하는 개발회사를 차렸지만 몇 년을 못 버티고 무너졌다. 그 후 세 번의 자살 미수.

“사는 것도 어려운데 죽는 것은 더 힘들더군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몇 년을 보낸 후 남대문에서 상가 임대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상가 임대사업에서 얻은 자신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큰 사업을 기획했다. 패션의 중심지로 부상한 동대문에 극장과 위락시설 도매상가로 구성된 테마쇼핑몰을 만들겠다는 것. 다행히 이번에는 운명의 여신이 윤 사장의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 전체 물량의 60% 이상이 팔렸을 정도로 순항 중이다.

그는 여세를 몰아 부산과 광주에도 사업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련은 고통만 주고 가는 게 아니라 경험을 남기더군요. 이제부터는 큰돈은 물론 큰 인생을 그릴 작정입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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