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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9일 2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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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토지를 소유한 마르땡 가문은 토지의 대부분을 포도 재배에 할애했다.
그 어느 곳보다 포도 재배에 적합한 토양과 기후를 갖췄기 때문. 마르땡 가문 사람들은 최상질의 포도를 재배하는데 신명을 바쳤고 이를 재료로 최상급 포도주를 만드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집안 일'로 하던 포도주 제조가 본격적인 사업으로 탈바꿈한 것은 1724년.
마르땡 가문의 레미 마르땡이 집안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내건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
레미 마르땡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포도주를 증류해 알코올 도수를 40도 이상으로 높인 브랜디를 만들어냈다.
이 브랜디에 '코냑'이라는 고유한 이름이 붙은 것은 1850년.
마르땡 가문은 샤랑트의 브랜디를 다른 브랜디와 차별짓기 위해 지질학자를 초빙했다. 토양의 성분과 샤랑트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랜디의 품질과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지질학자들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샤랑트 내 코냑이라는 곳의 토양이 최상급 브랜디에 적합한 포도를 생산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마르땡 가문은 이 연구 결과를 들고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랜디에만 '코냑'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는 마침내 1909년 마르땡 가문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법령을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
프랑스 남쪽 지방의 브랜디가 '코냑'이 아닌 '알마냑'이란 이름으로 유통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고'를 향한 마르땡 가문의 집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코냑 지방도 재배되는 포도의 품질에 따라 상급인 '그랑 상파뉴'와 조금 처지는 '프티 상파뉴'로 구분했을 정도.
1925년 레미 마르땡의 앙드레 르노 사장은 그랑 상파뉴 지역의 포도 증류액이 50% 이상 함유된 'VSOP'급 브랜디를 처음으로 개발, 프랑스는 물론 유럽 일대와 미국에서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레미 마르땡이 프랑스의 코냑 회사에서 세계적인 코냑 제조업체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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