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현장 5/중부-제주]청주-춘천 기대 고조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충북 청주와 강원 춘천은 전국 도청 소재지중에서 시세(市勢)가 약한 축에 드는 도시다. 부근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지 않은데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너무 많아 도시성장에 결정적 장애가 됐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청주권과 춘천권 그린벨트의 전면해제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의 기대심리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인구 54만명인 청주시는 같은 생활권인 청원군을 포함해 도시계획구역으로 지정된 2백64㎢중 68%인 1백80㎢가 그린벨트다. 시내 양쪽에 자리잡은 우암산과 부모산을 빼면 그린벨트가 아닌 곳 중에서 실제 시가지로 개발할 수 있는 면적이 더 줄어든다.

김홍식 시의원은 “변두리 일부 농지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도시용지로 활용할 만한 땅이 없다”며 “청주시와 청원군 사이를 가로막는 그린벨트가 지역발전의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청주국제공항이 들어선 오근장동은 마을의 96%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이 일대 땅값은 농지가 평당 4만∼5만원이고 임야는 10만원 안팎. 미호천을 끼고 이웃한 사천동과 율량동 시세의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오근장동 주민 이정복씨(44)는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생활상이 딴판이다”면서 “축사 하나 마음대로 못짓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청주시 권영갑 도시과장은 “그린벨트 개선안에 자극받은 공원용지 소유자들이 형평성을 이유로 공원용지도 풀어달라는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 그는 “우선 그린벨트를 전면해제한 뒤 산림상태가 양호한 녹지나 우량 농경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보전녹지 등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도시계획구역의 88%가 그린벨트인 춘천도 그린벨트 때문에 기형적인 도시형태를 이루고 있다. 인구 24만명 도시에 이렇다할 상업 및 업무단지가 없다.

한 주민은 “춘천은 외곽에 의암 춘천 소양댐과 험한 산들이 자리잡고 있어 그린벨트를 풀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전권은 대도시라는 특성상 전면해제 대상에서 조금 비켜있는 상태. 충남지역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선별해제 방침에 불만이 크다고 걱정했다.

제주도에서는 그린벨트 지정으로 오히려 한라산 기슭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시는 해발 3백m 아래쪽에 그린벨트가 지정돼 있고 3백∼6백m는 준농림지, 그 위는 한라산 국립공원구역 및 천연보호구역이다. 기존 시가지와 가까운 저지대가 그린벨트로 묶이는 바람에 중산간지역의 준농림지에 건물들이 들어서 녹지공간을 잠식하는 모순이 빚어지고 있다.

그린벨트 주민 대표들은 “제주도의 자연환경은 제주도개발특별법 등 다른 장치를 통해 충분히 보전할 수 있다”며 획일화된 그린벨트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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