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Digital/애완견 살인사건]개가 사람 물어죽여도…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26분


지난해 12월 이른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에서 온 몸에 개들의 이빨자국이 가득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됐다. 경찰조사 결과 이 남자가 새벽 2시경 자신의 집 근처에서 개들에게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그의 몸에 난 이빨자국과 일치하는 애완견 두 마리를 그의 이웃에서 찾아냈다. 8개월과 12개월된 핏불(Pit-Bull)종의 개였다. 수사결과 이들의 털에 묻어있는 피 역시 사망자의 것임이 확인됐다. 이 경우 개 주인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까?

검찰은 사건이 터진 직후 개들을 '사형'에 처하고 개의 주인 프랭크 폴 스피글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주인으로서 마땅히 자신이 키우는 개의 위험성을 미리 알아차리고 주의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 검찰은 또 애완견들의 폭력성을 입증하기 위해 "개들이 이전에 자동차 타이어를 물어뜯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목격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대해 스피글은 전문가와 친구들의 증언을 통해 개들이 아주 순하고 착했으며 이전에는 사람을 공격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고 강력히 주장했다.

"나의 애완견들은 어린이들과 어울려 놀 만큼 순했을 뿐 아니라 이전에 한 번도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 따라서 개들을 가둬 놓아야 할 필요가 없었다. 내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진실은 법정에서 꼭 밝혀질 것이다."

배심원들은 지난달 21일 2시간여의 진통 끝에 스피글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이 순간 스피글은 약혼녀의 손을 꼭 잡고 기뻐했으며 가족들도 울음을 터뜨렸다. 반대로 사망한 남자의 가족들은 아무 말 없이 법정을 떠났다고 CNN은 전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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