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이회창]『대선자금「법대로 처리」불변』

  • 입력 1997년 6월 12일 20시 14분


―대통령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이 언제인가. 『확실치 않다. 작년 총선 후 어떻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금 위치까지 왔다』 ―항상 원칙을 앞세우는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치판에서 원칙을 지키고 있는가. 『내 나름대로는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고 지키고 있다고 본다』 ―「대쪽」이미지가 부담스럽지 않은가. 『흑백을 재단하고 중간영역이 없는 재판과는 달리 포용해야 할 중간영역이 넓은 정치마당에선 「대쪽」이미지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그러나 원칙을 지킨다는 의미에서는 전혀 안맞는 것도 아니다』 ―「대나무는 옮겨 심어도 토양이 맞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죽을 뿐이지 갈대로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치입문 후 1년을 넘겼는데 정치판이라는 「토양」이 몸에 맞다고 생각하는가. 『(소리내어 웃으면서)말라 죽지 않고 살았으니 어느 정도는 토양이 맞는 셈이다』 ―지난 9일 천안에서 갑자기 「권력분산론」을 주장하고 나선 배경은…. 『취지가 잘못 전달된 부분이 많다. 「권력분산」이란 말을 쓰지 않고 「역할분담」이란 말을 썼으며 이는 총리시절부터의 소신이다.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를 살려 총리에게 1차적으로 내각을 통할토록 하고 대통령은 감독자적 후견인적 입장에서 국정을 수행하면 대통령중심제의 모순과 결함을 지양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또 정부운영에도 경영시스템을 적용, 「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총리로 지명받은 사람이 팀을 짜 내각을 구성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마치 (대선예비주자들간의) 합종연횡(合縱連衡)을 위해 자리를 나눠먹는 식으로 보도된 것을 보고 놀랐다』 ―「역할분담」이란 것도 결국 권력을 나눠 가진다는 뜻이 아닌가. 『시각에 따라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분산론은 권력을 분산시켜 약화(弱化)시킨다는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 나는 그보다는 권력이 시현하고자 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뜻에서 역할분담을 주장한 것이다』 ―천안발언은 대통령후보 경선을 앞두고 다른 주자들에게 「독식(獨食)하지 않겠다」며 손을 내밀기 위한 치밀한 계산에서 한 게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나 다른 주자들은 합종연횡의 손짓으로 받아들일 것 같은데…. 『(「허허허」웃으며)그런 말 안해도 합종연횡이 될 수도 있고 그런 말 해도 합종연횡이 안될 수 있다』 ―역할분담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되고나서 담보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헌법을 고쳐야만 역할분담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 같은데 나는 개헌을 안하고 가능한 방법으로 실현하겠다.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지키느냐의 여부는 정치인의 인격이나 소신에 관한 문제다』 ―오랜 친구였던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권력을 공유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마찰없이 역할분담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가야되는 것 아니냐. 프랑스 등 선진외국에선 역할분담이 잘되고 있다. 우리가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파랑새」를 구하려는 게 아니다』 ―92년 대선자금문제에 대한 이대표의 입장이 원칙론에서 현실론으로 조금씩 바뀌면서 국민에게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비쳐졌다면 내 불찰이다. 내 입장에 변함은 없다. 대선자금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있다면 「해명」하는 것은 당연하고 해명하는 입장에서는 「고백」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에 사실관계를 적시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대선자금문제로 다른 것을 팽개쳐서는 안된다. 국민생활 안정에 정치력을 쏟아야 한다는 의미다』 ―대선자금문제가 차기정권에서 재론될 것으로 보나. 『현재로선 뭐라 단언할 수 없다』 ―집권할 경우 92년 대선자금과 관련해 실정법 위반사실이 드러난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정치적으로 사법적인 것까지 덮자는 것은 아니다. 사법의 분야는 별개의 문제다』 ―「법대로」 하겠다는 말인가. 『실정법 위반사실이 드러나면 사법의 측면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의 관계는 좋은가. 둘이 만나면 할 말은 다하는가. 『뭐, 좋다. 주례보고 때 드릴 말씀은 다 드린다. 정국상황에 대해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게 당대표의 의무다』 ―일부 주자들이 주례보고 후 발표내용에 대해 「김심(金心)」인지 「이심(李心)」인지 모르겠다며 왜곡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허허허 웃으며)왜곡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렇게 해서야 되겠는가』 ―당내 민주계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왜 사이가 벌어졌다고 생각하는가. 『글쎄, 큰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계가 「반이(反李)」라고 하는데 나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경선에서 엄정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나. 『중립을 지킨다고 말씀하셨으니까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 ―김대통령이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면…. 『가정적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 ―다른 주자와 힘을 합친다면 누구와 손잡을 것인가. 『곁에서 보는 것과 다를지 모르지만 나는 어느 누구를 배척하거나 아니면 어느 누구를 내편으로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원칙이나 뜻이 맞으면 누구와도 손잡겠다는 뜻인가.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한다』 ―대의원이 대폭 늘어 경선풍속도가 바뀌고 있는데…. 『대의원들의 자유의사에 의한 실질적인 경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경선에서 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다니. 경선참여 후에는 당헌당규에 정한 절차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앞으로 돈이 적잖게 들텐데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사실 그 점이 걱정이다. 지금까지는 후원회 후원금과 저축해놓은 돈으로 그럭저럭 유지해왔으나 활동범위가 커지면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여하튼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조달할 것이다』 ―천안에서 당대표 직속으로 「정치개혁특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는데…. 『고비용정치구조개선특위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정치개혁특위를 구성, 대선전까지 바로 고쳐야 할 것은 고치고 정당조직과 운영은 물론 정부조직과 기능 및 지방자치문제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정치의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한 원대한 구상을 하고 있다』 ―매일 출근길 차안에서 명상을 한다는데 뭘 비는가. 『(웃으며)언론이 잘 봐달라고 빈다』 ―김대통령이 공직자들의 골프를 금지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골프는 개인 취향의 문제다』 ―핸디캡이 얼마인가. 『(핸디캡이) 16까지도 내려간 적이 있는데 보통은 18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이회창대표 약력> ▼황해도 서흥(63) ▼경기고 ▼서울대 법대 ▼고시 8회 ▼서울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지법부장판사 ▼사법원연수원 교수 ▼서울지법영등포지원장 ▼ 법원행정처 기획실장 ▼대법관 ▼변호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 ▼국무총리 ▼신한국당 선거대책위원장 ▼15대의원 ▼신한국당 고문 ▼신한국당 대표 [대담=김차웅부국장대우 정치부장] 〈정리〓임채청·사진〓김동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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