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임영주 교수, ‘누리’의 취지가 흔들리는 누리비 싸움

  • 입력 2016년 1월 25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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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 교수, ‘누리’의 취지가 흔들리는 누리비 싸움
온 누리의 아이들이 누리는 누리비여야

누리과정 예산 지원에 대한 보육대란이 현실화되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보육비 지원 약속에 일터로 나갔던 부모들의 배신감이 커지고 죄 없는 아이들이 정치적 볼모가 되었다. 보육 문제는 결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닌데 국민에게는 교육부와 지방정부·교육청 간 갈등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보육대란에 한탄이 절로 흘러나오는 것은 누리과정의 취지 때문이기도 하다. “유아 심신의 건강과 조화로운 발달을 도와 민주시민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이 누리과정의 목적이다. 그런데 어른들이 보여주고 있는 현 모습은 오히려 유아들의 정서를 해치고 건강은커녕 급식비를 걱정해야 하는 사태를 가져왔다. 이 땅의 유아들이 민주시민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을 배우기보다 ‘민주’에 대한 왜곡을 배울까 우려된다. 혹한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장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고 아이들의 급식 때문에 고민해야 하는 교육에는 미래가 없다. 사회적으로 더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보육정책에 대한 부모들의 불신과 박탈감이며 유아들이 겪게 될 심리적인 허기짐이다.

애초에 유보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보육과정인 ‘누리과정’이 나왔다는 것이 엇박자였다. 하지만 누리과정은 유치원생이든 어립이집 유아든 모든 유아에게 양질의 교육적 혜택을 주자는 좋은 취지였고 지금까지 잘 진행되고 있다. 누리비는 누리과정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재정적 지원이었는데 이걸 빌미로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가운데 놓고 벌이는 아전인수의 세상에서 무엇을 배울까. 교육부냐 복지부냐의 문제를 떠나, 누리과정 대상인 만 3~5세 유아들 모두에게 누리비는 지원되어야 한다. 누리과정의 의미는 대한민국 온 누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누리를 밝히고 비추는 동량이 될 종잣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임영주 (신구대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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