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정가진 박사 “유산균 영양제 열풍! 하지만 진정한 유산균의 보고는 바로…”

  • 입력 2015년 1월 13일 13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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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짠 김치가 한국 고유의 맛이라고?
유산균과 영양이 살아있는 ‘동치미’가 제맛!

김장김치가 맛깔나게 익어가는 계절. 반찬이 없어도 김장김치 쭉쭉 찢어 밥상에 올리면 밥이 절로 넘어가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의 김치는 본래 ‘맵고 짠’ 것인 양 인식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것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김치의 본질은 아닐 터. 김치의 붉은색을 벗기면 비로소 김치가 보인다.

EDITOR 김수석 PHOTOGRAPHER 권오경 COOPERATION 정가진면역연구소


‘살아있는 발효음식’이라고 불리는 김치가 세계적인 건강식으로 입증된 것은 이미 오랜 일이다. 지난 2002~2003년 사스가 온 세상을 흉흉하게 만들었을 때도 유독 한국인에게는 감염되지 않은 이유가 김치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김치의 면역력이 큰 관심을 불러왔다.

그리고 지난 2006년 3월호, 미국 건강전문지 <헬스>는 세계 최고 건강식품 5가지 중 하나로 한국의 김치를 선정했다. 김치에는 비타민 B, C 등 핵심 비타민이 풍부하고 소화를 돕는 유산균이 많음과 동시에 섬유질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처럼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김치이지만, 막상 외국인이 먹기 힘들어하는 음식 역시 김치이다. 특유의 맵고 짠맛이 그 이유.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들은 외국인에게 고춧가루 범벅인 맵고 짠 김치를 권하고, 그 맛을 참고 먹는 외국인에게 “한국 사람이 다 되었노라”며 친숙함을 표시한다.

한국 고유의 김치는 이렇게 맵고 짠맛으로 대변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또 이렇게 맵고 짠 김치만이 ‘세계 최고 건강식품 5가지’에 속할 수 있는 것일까? 지난 20년간 김치 유산균 연구에 헌신해온 정가진 박사를 만나 그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우리 몸이 원하는 유산균, 김치에 있다

광고를 통해 널리 알려진 LG 디오스 김치냉장고의 ‘유산균 소리 실험’은 정가진 박사의 자문으로 이뤄진 실험이다. 이는 김치가 맛있게 익으면 ‘톡톡’ 소리를 낸다는 것을 검증하는 재밌는 실험이었다. ‘톡톡’은 김치가 숙성되며 발생하는 탄산가스에 의해 유산균이 발효증식하며 나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김치 유산균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김치에는 수많은 유산균이 있고 종류에 따라 효능이 달라요. 어떤 것은 암을 억제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바이러스를 억제하기도 하죠. 그리고 그런 유산균이 모여 있는 김치를 통한 항암작용이나 콜레스테롤 흡수 저해, 다이어트 효과, 간 기능 개선 등이 이미 입증되어있 지요. 특히 김치 유산균이 우수한 이유는 내산성이 뛰어난 환경적응력에 있어요. 우유에서 유래된 유산균을 김치에 넣으면 절반가량은 못 살아요. 그런데 김치에서 유래된 유산균은 우유에 들어가서 죽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김치유산균이 위장을 더 잘 통과하고 몸에도 더 좋은 것이지요.”

김치만 잘 먹어도 몸에 이로운 유산균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2013)에 따르면 2012년 국민 1인당 1일 김치 소비량은 60.7g으로 2011년 68.6g 대비 11.5% 감소했다. 이는 2007년도 80.7g 대비 24.8%나 감소한 수치다. 그리고 이후에도 김치 소비량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김치 소비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저염식 트렌드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배추김치 섭취량(70g)에 포함된 나트륨양은 450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1일 나트륨 권고량 기준의 22.5%를 차지한다. 김치가 나트륨 섭취의 주범으로 몰릴만한 상황이다.

“김치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어요. 맵고 짠 것이 김치라고 생각하고 사찰 김치처럼 담백한 김치는 맛이 없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김치 담글 때 고춧가루를 가급적 안 넣거든요. 그래도 그 깔끔한 맛에 익숙해지면 또 그 김치만 찾게 돼요. 그리고 고유의 한국 김치는 본래 동치미하고 백김치에서 시작했을 거고요.”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는 김치는 장기보관이 어렵고 변질되기 쉽다. 이는 고춧가루 표면에 잡균들이 많이 붙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박사는 김치를 담글 때 고춧가루는 넣지 않고 새우젓을 약간 넣는다. 새우젓을 넣는 이유는 유산균들이 자라는 데 있어 동물성 단백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신 기름기가 많고 변질이 빠른 까나리액젓이나 멸치액젓은 넣지 않는다. 남쪽 지방에서 고춧가루나 기름기가 많은 생선의 젓갈로 김치를 담글 경우, 변질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소금이 많이 들어가서 짜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맵고 짜고 기름진 김치가 그 지방 특유의 입맛이 되어 버린 것이다.



유산균의 보고, 동치미 국물!


정가진 박사가 지적하는 또 다른 김치의 문제점은 배추김치에 치중된 성향이다. 실제 한국에서 배추김치를 먹은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먹는 배추의 종자 역시 일본에서 수입해온 것들이다. 그전에는 계절에 맞는 다양한 채소로 김치를 담가 먹었다.

무엇보다 배추보다는 무를 이용한 김치가 유산균이 풍부하다. 유산균을 자라게 하는 필수영양소가 무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를 자극적인 양념 없이 효과적으로 발효시킨 것으로 ‘동치미’가 있다. 이 동치미 국물은 유산균의 보고이기도 하다.

“굳이 김치의 3요소를 꼽자면, 소금, 무, 마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소금은 보관성을 위해 필요하고 무와 마늘은 유산균을 자라게 하는 데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마늘은 유산균의 보고라고 할 수 있어요. 마늘을 까서 30분만 놔둬도 거기에 오만가지 유산균이 다 붙습니다. 그래서 무하고 마늘만 들어가면 뭐든 김치가 돼요. 다른 재료를 굳이 안 집어넣어도 이것만 가지고도 유산균이 풍부한 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한해 유산균 건강보조식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방송을 통해 익숙한 가정의학전문의가 개발했다는 유산균 제품은 홈쇼핑 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200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유산균의 효능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유산균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우선 효소와 발효의 차이를 정확히 했으면 좋겠어요. 설탕에 절인 거를 발효했다고 하고 효소라고 하는데, 그거는 설탕절임이지 효소가 될 수 없어요. 삼투압 때문에 미생물이 살 수 없거든요. 설탕에 절인 것은 내용물에서 영양분이 빠져나오는 것이지 화학변화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그런데 발효라는 건 어떤 미생물들이 식물이나 동물에 있는 영양분을 빼앗아 먹으면서 에너지를 얻고 내놓은 산물들을 우리가 먹는 거거든요.”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가기 어렵다고 해서 캡슐을 씌운 유산균을 홍보하기도 하는데, 캡슐을 안 씌웠다고 해서 섭취한 유산균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캡슐을 씌운 유산균의 12%가 장까지 살아서 간다면, 캡슐을 안 씌운 유산균은 0.1%가 장까지 살아서 간다. 0.1%라고 하니까 굉장히 적은 양 같지만, 김칫국물 1cc 안에 1억 마리의 유산균이 나오기도 하므로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그리고 죽은 유산균들은 살아있는 유산들의 먹이가 되어 유산균이 활성화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결국, 김칫국만 잘 마셔도 유산균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칫국 먹고 속 차린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유산균 김치 문화’를 전파하라


오래전부터 일본은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를 모방해서 마치 자신들의 것처럼 기무치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선보였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김치를 등한시해 왔었던가. 김치는 세계에서 효능을 입증받은 우리나라의 고유 음식임에도 여전히 세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조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고수할 게 아니라 각 나라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만들어 차별화해야 합니다. 각 나라 사람들이 자주 먹는 채소로 김치를 담그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피자나 햄버거가 우리나라에 와서 불고기피자와 라이스버거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제가 중국에 갔을 때 담가본 김치 중에 죽순김치 혹은 설채김치가 있어요. 대나무는 전 세계에 250여 종이 있는데, 그중에는 잘 시어지지도 않고 구수한 맛을 내는 좋은 김치 재료들이 있어요. 무조건 배추김치만을 주장하지 말고 이런 것들을 계속 개발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국민들부터 김치의 우수성을 바로 알고, 제대로 김치를 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계속 감소하는 김치의 소비량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요즘처럼 바쁘고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가 판을 치는 시대에 제대로 된 자연발효 음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정 박사는 다양한 유산균 건강기능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는 김치를 담글 때 함께 넣어주면 발효시간을 단축하면서 맛있고 건강한 김치를 만들 수 있는 제품도 있다. 20년 넘게 이어져온 정 박사의 김치 유산균 사랑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김치는 본래 맵고 짠 거라고 생각해서 상대의 입맛은 고려 안 하고 아이들이나 외국사람들한테 먹기를 강요하니까, 김치를 싫어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김치 문화를 알리려면 ‘유산균 발효’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김치를 통해 겨울을 나고 건강을 지켰지요. 김장과 발효라는 건 참으로 지혜롭고 위대한 문화이지요. 이 김치유산균은 단지 음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김치 유산균을 통해 더욱 건강한 화장품이나 여성청결제 같은 생활응용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김치유산균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중한 문화자산이 될 것입니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김수석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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