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금을 많이 먹을수록 오래 산다”는 파격적인 연구 결과들이 전해지고 있다. ‘아침 소금물 마시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소금은 여전히 많이 먹으면 해롭다. 그런데 왜 대중의 혼란을 부추기는 주장이 나오는 걸까. 그 이면에 숨겨진 연구 설계의 한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건강을 보장하는 건 ‘중용’ ‘소금 옹호’ 연구들은 주로 국가별 평균 나트륨 섭취량과 수명을 비교한 생태학적 연구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연구 대상자의 수명이 긴 것은 소금 섭취 덕분이 아니라, 우수한 의료체계와 양호한 영양 관리 덕분일 개연성이 크다. 또한 소금을 적게 먹은 사람의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 역시 이미 중병에 걸려 소금 섭취를 줄인 환자가 통계에 포함된 ‘역인과성’ 위험을 안고 있다.
고염식 문제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나라가 몽골이다. 과거 유목 생활을 하던 몽골인은 목초지에서 육류를 장기 보관하고자 다량의 소금에 절이는 습관이 있었고, 그것이 식문화로 굳었다. 그 여파로 몽골은 세계적으로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매우 높은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됐다. 몽골 주재원들이 현지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짜지 않게(Daws baga)”라고 한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생존을 위해’ 이 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웃픈’ 현실이다.
한국인도 본질적으로 짠맛에 중독되기 싶다. 한국인은 보통 뜨거운 국물 요리를 좋아하는데, 팔팔 끓을 때는 염도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맛있게 먹던 찌개가 식은 뒤에야 비로소 짜게 느껴진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최근엔 설탕 단맛이 짠맛을 가리는 ‘단짠단짠’ 음식도 유행한다. 단맛과 짠맛의 조화는 뇌를 즐겁게 해 더 많은 음식 섭취로 이어지고, 정작 우리 몸이 섭취하는 나트륨 양을 인지하지 못하게 해 문제가 된다.
이런 면에서 얼마 전 질병관리청 구내식당이 보여준 행보는 인상적이다. 메뉴판에 음식별 염도(염분 농도)를 게시해 직원이 스스로 섭취량을 조절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는 인지를 통해 소금 섭취 줄이기(감염·減鹽)를 유도하는 훌륭한 모델이다.
한국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23년 기준 하루 3136㎎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2000㎎)의 약 1.6배다. “소금을 적게 먹으면 오히려 해롭다더라” 같은 피상적 정보를 믿고 ‘소금물’을 마실 경우 고혈압이나 신장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은 급격한 혈압 상승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건강을 보장하는 건 언제나 극단을 피하는 ‘중용’이다. 소금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에 빠지기보다, 우리 밥상의 염도를 어떻게 건강하게 다스릴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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