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주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지만, 정작 주가는 약세다. 갈수록 커지는 인공지능(AI) 투자가, 자칫 이익을 담보하기 어려운 과잉 투자로 이어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IT 업계와 금융 시장에서는 ‘기업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와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투자가 필수’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붙고 있다.
● ‘깜짝 실적’에도 하락한 구글 주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4일(현지 시간) 시장 기대를 뛰어넘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1138억2800만 달러)과 영업이익(359억3400만 달러)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16% 증가했다. 처음으로 연 매출 4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깜짝 실적’은 AI 덕이다. 구글의 AI 모델인 제미나이3는 현재 월간 활성 사용자(MAU) 7억5000만 명을 넘기며 오픈AI 챗GPT를 바짝 쫓고 있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쓰는 사업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48%나 성장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실적 발표 전인 4일(현지 시간) 1.96% 하락한 알파벳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장외거래에서 추가로 2%가량 하락했다. 알파벳이 올해 AI 관련 투자를 2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여파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설비투자는 1750억~1850억 달러(약 257조~272조 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설비투자가 늘면 구글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주주환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 멈출 수 없는 AI 경쟁
구글은 ‘반도체(텐서처리장치·TPU)-데이터센터-전력망-AI모델-서비스’로 이어지는 유일한 AI 밸류체인(가치사슬) 수직계열화 달성 기업이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애플과의 파트너십, 지메일과 워크스페이스 기반 데이터 해자까지 더해지면서 구글은 AI 시대의 ‘건물주’가 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건물주도 투자를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피차이 CEO는 실적 발표 후 ‘무엇이 밤잠을 설치게 만드냐’는 질문에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컴퓨팅 용량과 전력, 공급망 등 모든 제약 조건”이라고 답했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경쟁자들도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올해 설비투자로 1150억~1350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도 경쟁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다. 에디 우 알리바바 CEO는 지난해 9월 “인공초지능(ASI)을 대비해 3년간 3800억 위안(약 80조 원)을 AI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분석가 유세프 스칼리는 “일반 인공지능(AGI)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를 두고 빅테크들이 ‘포모(FOMO·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느끼고 있다”고 평했다.
● 아시아 IT 기업 주가 부진
AI 과잉투자 우려에 소프트웨어(SW) 기업 약세까지 더해지며 IT 기업 주가는 줄줄이 하락했다. 코스피에서는 삼성전자(―5.8%), SK하이닉스(―6.44%)가 동반 약세였고, 대만 TSMC(―1.12%), 일본 소프트뱅크그룹(―7.01%) 등도 부진했다.
다른 국가 증시보다 AI 관련 밸류체인 비중이 높은 코스피는 3.86% 하락한 5,163.57로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5조 원, 기관은 2조 원가량 순매도했고, 개인은 6조8000억 원가량 순매수하며 사상 최대 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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