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희의 기후 에너지 인사이트] 3. AI 시대의 에너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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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뒤에 숨겨진 거대한 물리적 진실: 전력이 곧 국력인 시대가 왔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이하 AI)의 시대다. 손안의 스마트폰부터 거대 기업의 클라우드까지, AI는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한 디지털 혁명의 이면에는 ‘에너지 하마’라 불리는 데이터 센터의 탐욕스러운 전력 소비가 자리 잡고 있다. 질문 한 번에 구글 검색의 10배에 달하는 전기를 잡아먹는 이 거대 기계들을 돌리기 위해, 전 세계는 지금 소리 없는 ‘에너지 전쟁’ 중이다.

화석연료 발전소에 의존하던 기존의 데이터센터(왼쪽), SMR을 품은 차세대 데이터센터(오른쪽) / 출처=제미나이로 이미지 생성
화석연료 발전소에 의존하던 기존의 데이터센터(왼쪽), SMR을 품은 차세대 데이터센터(오른쪽) / 출처=제미나이로 이미지 생성

‘국가급’ 에너지를 삼키는 데이터 센터

2026년 현재, 전 세계 데이터 센터와 AI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연간 1,000TWh에 육박한다. 1,000TWh는 평균 전력 114GW를 1년 365일 쉬지 않고 가동하는 규모로서 원자로 100기의 발전량에 버금간다. 이는 유럽의 산업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연간 전기 소비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치이며 대한민국의 전력 소비량(약 560TWh)보다도 월등히 많다.

과거에는 AI를 ‘학습’시키는 데 전기가 많이 들었다면, 이제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추론’ 과정이 전체 전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AI가 똑똑해질수록, 우리가 더 자주 사용할수록 지구상의 전력망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AI 발전의 병목 현상은 칩이 아니라 변압기와 전기 부족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냉각과 자가발전, 빅테크의 사투

폭증하는 소비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이제 ‘전기 자급자족’을 선언했다. 서버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에어컨 대신 서버를 특수 액체에 담그는 ‘액침 냉각’ 기술을 도입하고,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대신 가스터빈을 돌려 직접 전기를 만든다.

하지만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화석 연료는 정답이 될 수 없다. 태양광과 풍력은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멈추면 전기가 끊긴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AI 서버를 위해 필요한 것은 흔들림 없이 막대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무탄소 기저 전원’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소형 모듈 원자로(이하 SMR)’가 급부상하고 있다.

SMR, AI 시대를 구할 ‘게임 체인저’될까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안전성 우려와 부지 선정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대안이다. 핵심 부품을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찍어내기에 건설 기간이 짧고, 사고가 나도 자연 대류 현상을 통해 스스로 식는 ‘수동형 안전 설계’를 갖췄다. 특히 한국의 ‘i-SMR(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은 해외 경쟁 기술보다 높은 효율과 뛰어난 출력 조절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SMR은 대규모 송전탑 건설 없이도 반도체 단지나 데이터 센터 바로 옆에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땅이 좁고 지형적 한계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딘 한국에서, SMR은 AI 데이터 센터를 유치하고 에너지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 우회로’인 셈이다.

에너지는 ‘공공재’가 아닌 ‘전략 자산’

과거에 전기가 단순히 쓰고 돈을 내는 공공의 영역이었다면, AI 시대의 전기는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의 안보를 결정짓는 ‘전략 자산’이 되었다. AI가 미래의 ‘금’이라면, 에너지는 그 금을 캐기 위한 필수적인 곡괭이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것인가, 아니면 SMR이라는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 표준을 선점할 것인가. i-SMR을 중심으로 한 원전 생태계의 부활은 단순한 산업 진흥을 넘어,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강력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사용후 핵연료, SMR의 아킬레스건

다만 AI 시대의 전력 공급에 있어 SMR이 완전하고 영원한 해결책은 아니다. SMR은 안전성과 입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핵분열 방식을 쓰는 이상 사용후 핵연료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 ‘화장실 없는 아파트’인 셈이다. 설계에 따라 단위 전력당 폐기물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기에 처분 로드맵이 병행되어야 한다.

AI 시대의 궁극의 에너지 해법

인류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정복하고 통제함으로써 문명의 진보를 이뤄왔으며, 이제 그 불꽃은 AI라는 거대한 지성을 깨우는 새로운 동력이 되었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종착지는 탄소와 폐기물의 족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에너지의 완전한 순환과 자립’이다.

우선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태워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꾸는 4세대 원자로와 땅속 열기를 24시간 안정적으로 길어 올리는 강화 지열 발전이 흔들림 없는 기저 부하를 담당해야 한다. 여기에 재생에너지의 변덕을 잠재울 ‘그린 수소 시스템과 장주기 에너지 저장 장치(LDES)’가 거대한 에너지 댐 역할을 하며 전력망의 유연성을 완성할 것이다. 나아가 바닷물의 중수소와 태양풍이 수십억 년간 달 표면에 새겨놓은 헬륨-3를 연료로 쓰는 핵융합 기술은 인류를 지상의 한계에서 우주적 에너지 자립의 시대로 인도할 것이다.

이러한 혁신 기술들이 정교하게 맞물릴 때, 데이터 센터는 비로소 ‘전력 하마’라는 오명을 벗고 인류 문명을 지탱하는 지속 가능한 ‘지능형 두뇌’로 거듭날 수 있다. 기술이 만든 위기를 더 진보한 기술로 돌파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이 AI 혁명을 완성하기 위해 맞춰야 할 마지막 퍼즐이다.

글 / 정석희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출처=전남대학교
출처=전남대학교

정석희 박사는 전남대학교 교수이자 에페트솔루션(EFET Solutions) 창업자 겸 CEO로,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 기반 그린 하폐수 처리 및 에너지 전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 장학 지원으로 해당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환경 분야에서 3년 연속 스탠포드대 ‘세계 상위 2% 과학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학계와 산업계를 아우르며 기후 에너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정리 /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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