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용 작가의 강원도 여행 이야기
설악-가리왕산 ‘케이블카 투어’
홍천 송어잡기는 가족여행코스
출출하면 정선 ‘콧등치기 국수’
병오년(丙午年)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다. 붉은 말의 힘찬 기운을 빌려 새해의 결심을 끝까지 밀고 가보자. 올해 첫 여행지로는 강원도가 제격이다. 백두대간의 정기를 받으며 산길을 오르고, 얼음 위에서 낚시를 즐기며 가족과 겨울 추억을 만들어도 좋다. 강원도 토속 별미로 차가운 몸을 녹이며 영양까지 챙기면 건강한 새해 출발로 더할 나위 없다.
흔들리지 않는 굳은 마음 다지는 산행
정선 가리왕산.
강원도 하면 산이 먼저 떠오르는 당신은 ‘건강 100세’가 보장된 사람이다. 강원도는 대한민국의 허파로 산림 비율이 무려 81%에 달한다. 어디를 가든 맑은 공기가 심신을 정화해 준다. 그중에서도 설악산은 사계절 내내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산이다. 속초 시내에서 접근이 쉽고 체력과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코스가 다양해 초보 여행자부터 숙련 등산객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에 서면 선택지가 두 갈래로 나뉜다. 비교적 편안한 산행을 원하면 왼편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케이블카는 소공원에서 출발해 권금성 부근 해발 약 700m 지점까지 연결된다. 빠르게 설악의 풍경과 동해를 조망하기에 좋다. 어린 자녀나 부모님과 동행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진짜 설악의 기운을 느끼고 싶다면 울산바위(873m) 코스가 좋다. 여섯 개의 봉우리가 한 덩어리로 솟아 있는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다. 이름에 얽힌 전설도 여럿 전해지는데 울산에서 떠내려와 설악에 머물게 됐다는 이야기부터 바위가 너무 무거워 땅에 박혔다는 설까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바위를 마주하면 그 장엄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왕복 약 7.6㎞ 구간으로 초입은 완만하지만 중반 이후 계단 구간이 이어져 점차 숨이 차오른다. 약 4∼5시간 소요된다. 중턱에서 만나는 흔들바위는 이 코스의 작은 재미다. 거대한 바위를 힘껏 밀어 보면 미세하게 흔들리는데 산길의 긴장감 속에서 반가운 웃음을 선사한다. 울산바위 전망대에 다다르면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발아래로 속초 시내와 동해가 넓게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설악의 능선이 겹겹이 이어진다. 새해의 첫 숨을 깊게 들이켜며 굳은 각오를 다지기에 좋다.
천하를 내려다보며 새해 계획 세우기
속초 설악산 울산바위.새해 각오를 다졌다면 이제 더 높이 올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차례다. 산행은 울산바위보다 쉽고 정상은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정선의 가리왕산이다. 해발 1561m로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 먼 옛날 부족국가 맥국의 갈왕(葛王)이 이곳에 피난해 머물렀다고 해 갈왕산으로 부르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가리왕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가리왕산 산행이 원래 쉬웠던 건 아니지만 케이블카가 생기면서 가능해졌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이곳에 알파인 스키 경기장을 조성하면서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올림픽 이후 존폐를 고민하다가 관광용으로 전환하면서 지역 명물로 떠올랐다. 새해에는 해돋이 행사도 열린다. 이른 새벽부터 많은 사람이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 부근에 올라 새해를 맞으며 소원을 빈다. 케이블카에 올라 20분 남짓이면 지상에서 천상까지 이동한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숲에서 시작해 하늘로 바뀐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백두대간의 능선이 파도처럼 이어지고 발아래 세상은 한 폭의 산수화를 마주한 듯 신비롭다. 자연과 계절을 만끽하며 한 해 계획을 세우다 보면 사람의 욕심은 줄어들고 열심의 방향은 또렷해지는 느낌이다.
홍천강 꽁꽁축제, 겨울을 낚다
홍천강 꽁꽁축제.홍천의 겨울은 차분하지만 홍천강이 얼어붙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구는 ‘꽁꽁축제’ 덕분이다. 매년 1월 얼음이 가장 단단해지는 시기에 홍천강 꽁꽁축제가 열린다. 과거 주민들이 얼음 위에서 송어를 잡던 겨울 놀이가 홍천군의 대표 겨울 축제로까지 이어졌다.
드넓은 얼음판 위에 줄지어 구멍이 뚫리고 사람들은 외투를 단단히 여민 채 낚싯대를 드리운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단연 송어 얼음낚시다. 얼음 아래를 헤엄치는 송어와 ‘밀당’하다가 낚시로 잡아채는 묘미는 경험한 사람만 아는 즐거움이다. 그 덕분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맨손 송어 잡이도 추천한다. 차가운 물 속에서 미끄러운 송어를 붙잡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만 그만큼 웃음이 터진다. 인생 사진 찍기에 최고다. 이 밖에도 실내 낚시와 얼음 썰매를 포함한 겨울 놀이 체험 공간까지 있어 가족의 겨울 나들이로 손색없다. 잡은 송어는 현장에서 바로 손질해 회나 구이로 맛볼 수 있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먹거리 부스는 얼어붙은 몸을 자연스럽게 녹여 준다. 올해는 이달 25일까지 열리니 서둘러 가족여행을 떠나보자.
정선 오일장, 겨울 속을 데우는 맛
메밀전병, 메밀배추전, 수수부꾸미금강산도 식후경, 여정의 시작과 끝은 역시 건강 먹거리다. 강원도에 왔으니 토속 음식이 제격. 지역 음식은 장터에서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강원도에는 전국에 남은 오일장 중 가장 유명한 정선 오일장이 있다. 날짜의 끝자리가 2일과 7일에 장이 선다. 장이 열리는 날이면 도시와 인근 지역에서 사람이 몰려들어 골목마다 음식 냄새가 진동한다.
정선 오일장 콧등치기국수겨울철 추천 메뉴는 콧등치기국수다. 메밀 반죽을 굵게 썰어낸 면을 뜨거운 국물에 말아 후루룩 넘기다 보면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투박한 면발과 진한 국물이 추위를 단번에 밀어낸다. 곁들임으로는 메밀전병과 메밀배추전이 빠질 수 없다. 고소한 메밀 향에 김치 속이 어우러지고 수수부꾸미는 은근한 단맛으로 마무리를 책임진다. 장터에서만 볼 수 있는 구경거리와 함께 먹거리까지 든든하게 채우면 한 해를 달려갈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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