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길이 DNA, 몸속에 어떻게 들어 있을까… 3차원 지도 나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9일 03시 00분


美-中-獨 등 8개국 국제 연구팀… 3차원 접힘 구조 분석해 발표
세포핵 안에 촘촘히 감겨 결합
위치-연결이 유전자에 영향 줘
선천성 기형-암 연구 등에 활용

세포핵 속 염색체와 DNA 구조 모식도. 세포를 확대하면 세포핵 안에 염색체가 있고 염색체를 풀면 DNA 이중나선이 나온다. 이번 연구는 DNA가 세포핵 안에서 어떻게 접혀 있는지 대규모로 분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포핵 속 염색체와 DNA 구조 모식도. 세포를 확대하면 세포핵 안에 염색체가 있고 염색체를 풀면 DNA 이중나선이 나온다. 이번 연구는 DNA가 세포핵 안에서 어떻게 접혀 있는지 대규모로 분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의 유전자(DNA)를 일자로 펴면 약 2m 길이다. 긴 DNA가 약 0.01mm 크기의 세포핵 안에 들어가려면 촘촘하게 접혀야 한다. DNA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에 실처럼 감긴다. 이 결합 구조를 ‘크로마틴’이라고 부른다. 크로마틴은 아무렇게나 뭉쳐 있지 않다. 특정 부분끼리 만나 고리를 만들고 비슷한 성질을 가진 부분끼리 모여 구역을 형성한다.

미국, 중국, 독일, 영국 등 8개국 연구진으로 구성된 4D 뉴클레옴 프로젝트 연구팀이 인간 DNA의 3차원(3D) 접힘 구조를 통합 분석한 대규모 종합 지도를 발표해 DNA 접힘 구조와 유전자 발현의 연관성을 밝혔다. 4D 뉴클레옴 프로젝트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하며 세포핵 속 DNA의 입체적 배치와 시간에 따른 변화를 지도화하는 국제 연구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7일(현지 시간) 실렸다.

● 세포핵 내 유전자 발현 조건 규명

연구팀은 여러 측정 방법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합해 인간 배아줄기세포와 섬유아세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각 세포 종류에서 14만 개가 넘는 크로마틴 고리를 찾아냈다. 어느 한 가지 방법으로는 모든 고리를 포착하기 어려워, 여러 방법을 조합해야 전체 모습을 보는 게 가능했다.

찾아낸 고리는 특성에 따라 6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일부는 유전자 발현 준비 상태와, 다른 일부는 유전자가 실제로 발현하는 상태와 연관된 특징을 보였다. CTCF라는 단백질이 붙은 고리는 구역 경계 역할을 했다.

DNA 접힘 구조는 유전자 발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유전자와 멀리 떨어진 조절 부위가 고리를 통해 만나는 현상을 관찰했다. 조절 부위와 더 많이 연결된 유전자는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발현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우스키핑 유전자’에서도 눈에 띄는 결과가 나왔다. 하우스키핑 유전자는 모든 세포에서 발현되는 필수 유전자다. 연구팀은 하우스키핑 유전자가 다양한 조절 부위와 고리로 연결돼 있음을 발견했다. 세포 종류에 따라 연결되는 조절 부위가 달랐다. 연구팀은 다양한 조절 부위와의 연결이 하우스키핑 유전자의 안정적 발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DNA가 세포핵 안 어디에 있는지도 유전자 발현과 연관돼 있었다. 세포핵 중심부와 가까운 영역에서 유전자 활성이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세포핵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부분은 유전자가 비활성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핵 스페클’이라는 세포핵 내 구조물 근처에 위치한 유전자가 강하게 발현되는 경향도 확인했다. 핵 스페클은 유전자 발현과 연관된 핵 구조물로 알려져 있다. 활발하게 발현하는 유전자들이 이 구조물 근처에 모여 있었다.

같은 종류의 세포라도 개별 세포마다 DNA 접힘 구조가 조금씩 달랐다. 연구팀은 단일 세포 분석과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세포 간 차이를 확인했다. 고리 구조, 구역 경계, 구획화 패턴에서도 세포마다 차이가 나타났다.

● 선천성 기형, 암 연구에도 전환점

연구팀은 세포 간 접힘 구조 차이가 유전자 발현의 다양성과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세포들이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설명이다.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DNA를 이루는 염기의 배열을 뜻하는 염기서열로부터 접힘 구조를 예측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컴퓨터 모델은 실제 측정 결과와 비슷한 접힘 패턴을 재현했다. 연구팀은 “딥러닝 모델을 활용하면 DNA 염기서열을 대규모로 분석해 DNA 접힘 메커니즘과 기능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DNA 접힘 구조 이상은 선천성 기형이나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질병 연구에 활용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건강한 세포와 질병 세포의 DNA 구조를 비교할 계획이다. 고해상도 현미경 영상과 단일 세포 분석 데이터를 통합해 더 정밀한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엘조 드빗 네덜란드 암연구소 연구원은 네이처 논평에서 “과학자들이 매우 높은 해상도로 유전체(게놈) 구조를 살펴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데이터는 다양한 크로마틴 고리 형성에 관여하는 분자적 요인을 규명하는 후속 연구에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구조가 기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DNA#크로마틴#유전자 발현#4D 뉴클레옴 프로젝트#세포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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