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가격 5691조 원… 전국 모든 물건 추산치 제공”[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5일 01시 40분


AI 기반 자동가치평가모델로 非아파트 대출 혁신 ‘공간의가치’
아파트처럼 쉽게 대출 가능하도록 수요자-금융기관 연결 플랫폼 개설
감정평가사로 일하다 사내 창업, 일과 연구 병행… 평가법인도 인수
“온라인 부동산 대출 시대 눈앞… 정확한 추산 모델로 디딤돌 될 것”

박성식 공간의가치 대표이사가 1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강남역 주변 건물을 사례로 들며 부동산 가치 자동 산정 AI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부동산 구입 때 대출은 거의 필수다. 그런데 지방에 있는 다세대나 다가구주택, 토지, 창고, 사무실, 상가 등을 구입할 때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시중은행이 지방의 비(非)아파트(건축법상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 유형) 부동산에 대해서는 대출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유형의 부동산 가치를 파악할 때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비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이 대출을 받으려면 지역 소재 상호금융기관(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여러 곳 문을 두드려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공간의가치(대표이사 박성식)는 전국 모든 종류의 부동산 가치를 자동으로 추산하는 모형을 기반으로 부동산 금융 서비스가 신속하고 편리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1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식 대표(47)는 “부동산을 산 사람이 계약 정보를 올리면 금융기관들이 대출 가능 금액과 금리 등을 제안하는 플랫폼 ‘파이퍼’를 작년에 열었다”며 “아파트가 아닌 부동산에 대해서도 빠르고 편리한 대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다가구-토지 대출도 아파트처럼 편리하게”

금융기관이 아파트에 대해 대출해 줄 때는 KB부동산 시세를 바탕으로 아파트 가치를 가늠한 뒤 대출 가능 금액 등을 산정한다. 온라인에서 바로 조회가 가능하니 대출 가능 금액이나 금리도 온라인으로 바로 결과를 내주는 곳이 많다.

하지만 비아파트 대출은 수요자나 금융기관 모두에게 어렵고 불편하다. 금융기관이 수요자와 상담한 후 감정평가사에게 예상 감정가를 받고 대출 한도를 확정하는 데 2∼3일이나 걸린다. 박 대표는 “비아파트 담보 대출은 전체 대출시장의 63%인 1682조 원 규모지만 대출 성사율은 18%에 불과할 정도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이 시장을 온라인으로 혁신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 신용대출은 90%, 아파트 담보 대출은 61%가 온라인으로 처리되는데, 비아파트 대출시장의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간의가치 부동산 가치 자동 산정 인공지능(AI) 모델이 산출한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인천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행정구역별 부동산 가치 총액. 화면을 확대하면 개별 건물이나 땅, 주택 등의 가치를 볼 수 있다. 공간의가치 제공
● 전국 모든 부동산 추정 가치 제공

공간의가치가 보유한 핵심 경쟁력은 인공지능(AI) 기반 자동가치산정모형(AVM·Automated Valuation Model)과 감정평가 서비스를 결합한 데 있다. 전국 모든 유형의 부동산에 대해 AI 추정가를 산출하고, 자회사인 프라임감정평가법인에서 전문 감정평가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부동산 유형별로 다른 알고리즘을 적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박 대표는 “아파트는 3.8%, 오피스텔은 3.0%, 상가와 토지는 12∼13% 정도의 오차를 보이는데, 이는 미국을 비롯해 AVM을 먼저 도입한 글로벌 국가들보다 더 높은 정확도”라고 했다.

부동산 가치는 매월 업데이트 된다. 2월 현재 서울 강남구 모든 부동산 가치는 966조 원, 서울 5691조 원, 경기 5016조 원, 인천 877조 원이다. 대한민국 전체 부동산 가치는 1경8638조 원으로 추산된다.

공간의가치는 2019년 창업 이후 AVM 개발에 몰두해 왔다. 감정평가 업무를 하면서 정성적으로 매기던 가치를 정량적으로 모형에 집어넣고, 정확한 값이 산출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만큼 부동산 가치 산정은 어렵다. “예를 들어 건물이 있다고 할 때 지하주차장이 자주식인지 기계식인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건물 공용부와 전용부 비율은 어떤지 등 물리적 특성을 먼저 분석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요소들 가치는 지역마다 다르죠. 어떤 지역에서는 지하주차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도시경제학적 관점으로도 여러 요소를 고려한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예컨대 사무실이 집적된 지역에 있는 사무실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높으니 이를 반영하는 식이다. 대중교통 접근성은 기본이다. 박 대표는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수치화하는 작업이 의미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격보다 안정적인 결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

AVM은 공간의가치에만 있는 기술은 아니다. 2015년 정부가 건축물대장과 토지대장 정보를 공개하면서 여러 기업이 독자적인 방식으로 부동산 가치를 추정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개선하는 중이다. 이런 정보 공개와 여러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로 이제는 지방의 토지라 하더라도 터무니없는 가격에 속아서 살 일은 없어졌다.

● 감정평가사로 일하다 사내 창업

박 대표의 창업 과정은 전문성과 경험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잘 엮인 사례다. 서울대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건축 설계를 했다. 30대 초반부터는 부동산 분야로 전환해 감정평가사 자격을 취득했고, 2007년 프라임감정평가법인에 입사했다.

파트너 감정평가사로 일하면서 부동산 관련 다양한 사업을 병행했다. 공유 오피스 운영, 공유 주거 사업 등을 프라임감정평가법인에서 사내 창업 형태로 추진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부동산 임대차 계약의 수학적 모델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뉴욕시립대 경영대학원 방문교수로 연구를 이어가며 학술적 전문성도 쌓았다. 2020년에는 한국경제학술상까지 받았다.

2019년에는 공간의가치를 창업했다. 프라임감정평가법인 사내 창업 형태로 시작했다가 벤처캐피탈 투자를 유치하며 독립했다. 이후 프라임감정평가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공간의가치는 현재 신협 60개사와 산림조합 60개사 등 상호금융권과 제휴를 맺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중소형 은행과 지방은행을 시작으로 대형 은행으로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부동산 가치를 추정한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사업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월 기준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안전함을 추구하는 금융업 특성상 천천히 진행되기는 하지만 결국 모든 부동산 담보 대출이 온라인으로 처리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 믿는다”며 “그런 시대를 대비해 가치 추산 모델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다양한 금융기관이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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