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이제 고개 들고 운전하세요, 헤드업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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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5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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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내비게이션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HUD 시장

요즘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처음 방문하는 곳도 내비게이션 하나만 있으면 걱정 없이 찾아갈 수 있죠. 이제는 아는 길을 찾아갈 때도 많은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고 하는데요(SK텔레콤이 조사한 교통앱 서비스 실태). 길 안내 기능 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이 제공하는 도착 예정시간, 과속 탐지기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때로는 내비게이션 때문에 안전운전을 방해받기도 합니다. 운전하다가 잠깐 내비게이션을 보는, 그 잠깐의 시간 때문에 사고를 낼 수 있죠. 시속 80km 속도로 주행할 때, 전방에서 1초만 눈을 떼도 약 22m의 거리를 눈 감고 달리는 것과 같답니다. 방심하는 찰나의 순간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사망으로 이어진 고속도로 교통사고 중 약 68%가 졸음 및 전방주시 태만이라고 하네요.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는 HUD, 출처: 셔터스톡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는 HUD, 출처: 셔터스톡

그렇다고 앞만 보고 운전할 수는 없습니다. 운전하다 보면 경로, 속도, 연료 등을 확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방에서 시선을 떼야 하죠. 그런데 운전 중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면서 전방주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헤드업디스플레이(Head-up Display)인데요. HUD라고도 하는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운전자가 주행 중 확인해야 하는 정보를 자동차 전방 유리, 윈드실드에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초기에는 간단한 정보만 표시했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다양한 정보와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보여주죠.

시장조사전문기관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Verif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HUD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2020년 기준 약 12억 달러인 HUD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26.05% 상승해 약 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글로벌 HUD 시장 전망, 출처: Verified Market Research
글로벌 HUD 시장 전망, 출처: Verified Market Research

HUD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는 건가요?

HUD는 원래 군용 항공기에 적용했던 장치입니다. 그러다 민간 항공기, 자동차 등으로 확장한 것인데요. 전통적인 HUD는 투명한 그래픽을 윈드실드에 반사해 주행 정보를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초기에는 주행 속도, 주행 거리, 온도 등과 같은 간단한 정보를 보여줬죠. 내비게이션의 주 기능인 경로 표시 등은 없었던 셈입니다.

비행기에 적용된 HUD, 출처: 셔터스톡
비행기에 적용된 HUD, 출처: 셔터스톡

하지만, 이제는 HUD 정보의 정밀도와 정확도가 높아졌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다 보면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거리 정보와 실제 육안으로 보는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100미터 앞에서 우회전하세요”라는 안내에도, 대체 어느 골목인지 헷갈릴 때가 많죠. 이런 불편함을 줄이고 운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AR HUD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들이 등장했습니다. AR HUD는 증강현실을 이용해 눈으로 보는 도로 위에 정보를 덧입혀 확인할 수 있어 현실감을 더해주죠.

이제 HUD는 많이 알려진 장치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고급 차량 위주로 제공된 옵션이었죠?

그렇습니다. HUD는 운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고급 차량에만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었는데요. 기술 발전으로 이제는 많이 저렴해졌습니다. 그만큼 고급 차량이 아니더라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죠. 다만, 여전히 AR HUD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차량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폭스바겐 ID.4, 벤츠 S클래스, 아우디 Q4 정도가 AR HUD 기능을 지원하죠.

HUD 산업은 주로 일본, 미국, 유럽 기업이 앞서 있는데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일본의 덴소(Denso Corporation), 파이오니어(Pioneer Corporation), 니폰세이키(Nippon Seiki Co. Ltd.), 미국의 록웰 콜린스(Rockwell Collins Inc.), 독일의 콘티넨탈 (Continental AG) 등이 있습니다.

다양한 기업에서 개발하고 있군요. 그 중 어떤 기업의 HUD가 인기를 얻고 있나요?

일본의 니폰세이키입니다. HUD시장 점유율 중 약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죠. 니폰세이키는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제조사인데요. HUD 뿐만 아니라 계기판 등도 제작합니다. 1984년부터 HUD를 개발한 니폰세이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우디, 벤츠, BMW 등 유명 브랜드에 HUD를 제공합니다. 2020년 2월, ‘다임러 공급업체 어워드 2020’ 혁신 부문을 수상했고, 2020년 9월부터 벤츠에 AR HUD를 공급하고 있죠.

출처: 니폰세이키 홈페이지
출처: 니폰세이키 홈페이지

벤츠 S클래스에 제공하는 HUD는 DMD(Digital Micromirror Device) 방식을 적용한 AR HUD입니다. DMD HUD는 빛을 반사하는 소자를 이용해 고선명 그래픽을 보여주는 기법입니다. 앞쪽 유리에 고해상도의 영상을 투영해서 보여주는 방식인데요. 기존 HUD와 비교해 넓은 시야각, 선명한 색, 이미지 왜곡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네요.

니폰세이키는 2018년부터 벤츠에 HUD를 납품했는데요. 벤츠 GLE/GLS 클래스에 적용하던 기존 제품은 운전자로부터 약 3m 거리에 정보를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S클래스에 제공하는 AR HUD는 운전자로부터 약 10m 거리에 정보를 표시합니다. 운전자 시점에서 실제 주행하는 길과 HUD 정보가 겹쳐 보이는 거죠. 즉, 주행해야 하는 방향(내비게이션 정보)을 현실적으로 표현합니다. 앞 차와의 안전거리를 안내해주기도 하고, 안전선에 가까이 접근할 경우 경고를 표시하는 등 정보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거죠.

벤츠 S클래스에 적용된 AR HUD, 출처: 벤츠 공식 홈페이지
벤츠 S클래스에 적용된 AR HUD, 출처: 벤츠 공식 홈페이지

앞으로 HUD는 어떻게 발전할까요?

AR HUD는 2020년을 기점으로 많은 차량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운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에 안전운전에도 도움되죠.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HUD는 다른 기술로 인해 점차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완전자율주행 기술 때문이죠.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먄, 사람이 운전할 필요 조차 없잖아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다면, 오히려 자동차의 유리 전부를 디스플레이로 이용할 수 있겠죠. 영국의 AR디스플레이 제조업체 세레스 홀로그래픽스(Ceres Holographics)는, 미래형 디스플레이 예상도를 공개하며 향후 HUD의 발전 방향에 대해 제시했는데요. 유리창 전체를 마치 스마트폰 화면처럼 구성하고, 멀티미디어를 감상하는 역할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출처: 세레스 홀로그래픽스
출처: 세레스 홀로그래픽스


국내에서는 어떤 업체들이 HUD를 개발하고 있나요?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도 HUD 시장에 주목하며 투자하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현대모비스는 영국의 HUD 제조사 엔비직스(Envisics)에 약 300억 원을 투자하며 자율주행에 최적화한 AR HUD 공동개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오는 2025년까지 양산한다는 목표도 세웠죠. 최근 폭스바겐이 출시한 ID.4에 적용된 AR HUD 기술은, LG전자와 함께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운전자 시야에서 약 10m 거리에 주행 방향, 보조 정보 등을 표현한다네요.

출처: 현대모비스
출처: 현대모비스

이처럼 여러 기업에서 HUD 개발에 뛰어들며 관련 기술 특허를 출원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현대모비스, 현대차와 같은 모빌리티 기업만 HUD 특허 기술에 매달렸지만, 최근에는 LG전자,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전자/통신 업계도 특허를 출원하고 있죠.

HUD 다출원 순위, 출처: 특허청
HUD 다출원 순위, 출처: 특허청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HUD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주행을 돕는 AR HUD부터, 모든 창문을 화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죠. 앞으로 HUD가 어떤 형태로 진화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넓은 의미로 보면, HUD는 자동차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니까요.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선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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