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도 ‘의료용 마약’ 투약이력 조회할 수 있다

전주영 기자 입력 2020-06-25 03:00수정 2020-06-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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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구축
“갈망이 너무 와요. 어떻게 해야 하죠. 병원에서 약을 안 줘요. 다른 의원에 가봐야 하나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상담센터에는 어눌한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리듯 횡설수설하다가 끊는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 의료용 마약류 중독자들이다. 잠시 대화가 가능해져 상태를 물어보면 “치료를 위해 사용하고 있어 중독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통상 마약류 중독이라고 하면 불법 마약류를 떠올린다. 하지만 의료용 마약류 남용 또한 불법 마약류만큼 위험할 수 있다. 의료용 마약류 남용자들은 합법적으로 구입한 마약이라고 생각하기에 중독이나 사용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거부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의료용 마약류 남용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에선 2017년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을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할 정도였다. 오피오이드를 포함한 의료용 마약류 과다 복용과 불법 마약류로 사망한 미국인은 2010년 3만8329명에서 2017년 7만237명, 2018년 6만7367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정신활성물질 사용에 의한 정신·행동장애 사망자는 2016년 683명, 2017년 788명, 2018년 743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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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용되고 있는 의료용 마약류는 크게 세 종류다. △옥시콘틴, 코데인, 펜타닐 등 통증 완화에 사용되는 오피오이드 △억제제로 불안을 완화하거나 수면을 도와주는 프로포폴, 졸피뎀 △흥분제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되는 방식은 △다른 사람의 처방 의료용 마약류 복용 △복용량보다 더 많이, 자주 복용 △가루로 만들어 코로 흡입 또는 주사 등 처방 이외 방법으로 복용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과 혼합 사용 등이다.

의료용 마약류는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세포 수용체에 작용해 일부 불법 마약류와 유사한 행동을 유발한다. 예컨대 의료용 마약류인 오피오이드 진통제는 헤로인에 반응하는 동일한 수용체인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한다. 의료용 마약류인 각성제는 뇌 화학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축적을 일으켜 코카인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의료용 마약류인 억제제는 클럽 약물인 GHB 등과 같은 방식으로 복용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의료용 마약류도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체적 의존을 유발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뇌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은 뇌의 보상시스템을 바꿔 약물 없이는 기분이 좋아지기 어렵도록 만든다. 또 강렬한 갈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사용을 중단하기가 어렵다. 내성도 생겨 초기와 동일한 효과를 얻으려면 더 많은 양의 약물이 필요하다. 약물 사용을 중단하면 불편한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남용 및 중독 환자를 조기에 식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일반 국민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내 투약이력 조회’ 서비스를 통해 최근 1년간 의료용 마약류 투약 이력을 조회해 스스로 오·남용 여부를 파악,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상담센터 부장은 “의료용 마약중독 현상에 대해 쉬쉬하지 말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의 중독 예방교육이나 상담, 회복모임 등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식약처#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료용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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