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근식 씨(35)는 최근 미국 동부 여행을 준비하면서 스마트폰을 듀얼스크린(두 개의 화면을 붙인 방식)으로 교체했다. 지도, 블로그 등 여러 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하나의 화면에서 동시에 실행시키는 멀티태스킹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김 씨는 “지도를 보며 행선지를 찾아가고 동시에 다른 정보까지 찾아보려면 멀티태스킹 기능이 필수”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스마트폰에 2개 이상의 앱을 동시에 띄우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일 한국리서치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만 20~39세 성인 남녀 120명(한국 60명, 미국 6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총 사용시간의 42%에 해당하는 평균 3.5시간 동안 멀티태스킹 기능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을 감상하며 채팅 △지도 앱을 실행하고 인터넷 검색 △계산기 앱을 활용한 엑셀 같은 문서 작업을 하는 등 스마트폰에 2개 이상의 앱을 띄우고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남성(3.3시간)보다는 여성(3.7시간), 20대(3.3시간)보다는 직장인 비중이 높은 30대(3.7시간)가 멀티태스킹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삼성(3.9시간), LG(3.5시간) 등 한국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애플(3시간)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보다 멀티태스킹 기능을 더 많이 활용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 프리미엄(고가)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 사용자들은 한국보다 많은 평균 4.9시간(총 스마트폰 사용시간의 47%) 동안 멀티태스킹 기능을 썼다.
스마트폰 멀티태스킹 트렌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스마트폰 시장의 승자가 ‘멀티태스킹’ 수요를 충족시키는 업체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폴더블폰, 듀얼스크린 등 본격적인 멀티태스킹용 스마트폰이 올해 속속 등장한 상태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인 사용자들에게 듀얼스크린 제품을 제공하면 멀티태스킹 시간이 현재 평균 3.5시간에서 5.1시간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첫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를 출시하면서 구글, 안드로이드 개발자 커뮤니티와 협업을 통해 3분할 화면을 처음 적용했다. 분할된 화면의 크기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게 갤럭시폴드의 최대 장점이다. 삼성은 내년 출시될 위·아래로 접는 ‘클램셸(조개형태)’ 갤럭시폴드에도 분할화면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도 올해 첫 폴더블 폰 메이트X를 내놓으면서 2분할 화면 기능을 적용했다.
LG전자는 올해 출시한 신형 듀얼스크린 V50S ThinQ에 3분할 기능을 탑재했고, 내년에는 멀티태스킹 기능을 극대화한 확장형 스크린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양 옆을 당기면 돌돌 말려있던 롤러블 화면이 펴지면서 전체 화면이 약 2배까지 확장되는 기술이다. LG는 최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익스팬더블(확장 가능한) 폰’ 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도 마쳤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한 지 2년 만에 듀얼스크린 제품으로 시장에 재진입을 선언한 것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진 폴더블폰에 대한 관심이 듀얼스크린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향후 멀티태스킹 족들의 증가와 함께 듀얼스크린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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