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신원건]VR 대세에 연애는 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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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건 사진부 차장
신원건 사진부 차장
가상현실(VR)은 영상 분야의 뜨는 별이다. 정부도 내년까지 500억여 원을 투입해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현재 VR 콘텐츠의 ‘빅3’는 성인물, 게임, 스포츠로 보인다. 이 가운데 무엇이 ‘킬러 콘텐츠’로 살아남을까. 업계 종사자 4명에게 물었다. 이들의 답은 ‘진화한 성인물’이었다.

스포츠 종사자는 “경기장에 와 있는 듯한 현장감은 생생하지만 그게 장점이자 한계다. VR는 이용자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착각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관중 시야에 머문다”고 말했다. 게임 마니아는 “대개 VR는 20분 이상 하면 멀미 같은 어지럼증과 두통, 구토 증세가 생길 수 있다. 눈도 아프다. 게임은 몇 시간이고 푹 빠져야 대박이 난다”며 성인물의 손을 들어줬다.

성인물 종사자는 “포르노만 생각하면 안 된다. 가상 데이트처럼 여러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상업성이 가장 좋다고 본다”며 VR 등장을 반겼다. 그는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 ‘N포 세대’에겐 사랑의 욕구를 채워줄 저렴한 도구다. 아직은 화질이 떨어지지만 늦어도 10년 안에 그럴싸한 가상 연애로 발전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VR 성인물은 시장이 형성되는 초반에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여겼는데 전문가들의 예측은 그런 현상을 주류로 봤다. 연인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하는 듯한 스마트폰 앱이 인기인데 이것이 몰입도를 높여가며 VR 콘텐츠로 진화하는 것이다. 가상이지만 재잘거리는 연인과 밥을 먹거나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함께 해변을 걷는다. ‘야동’과 달리 연애의 설렘이라는 감정도 건드린다.

데이트 VR는 제작이 비교적 간단하다. 배우가 10분가량 편집 없이 주욱 연기하면 한 편의 영상이 된다. 업데이트도 쉽다. 시장이 커지면 A급 연예인들이 등장할 수 있고, 시야가 360도라 여러 명과 동시 데이트도 가능하다. 아예 VR로 특화된 영상 장르가 하나 탄생하는 셈이다. VR가 더 정교한 홀로그램으로 진화하면 가상 남친, 여친, 배우자 영상이 가장 잘 팔리지 않을까.

문제는 이런 가상의 사랑이 현실의 남녀 관계, 나아가 사회에 미칠 영향이다. 사랑은 본디 ‘달콤 씁쓸’하다. 만남의 설렘과 장래 약속, 성적인 환희 같은 달콤함도 있지만 다툼 배신 이별의 고통과 같은 상처도 나기 마련. 그런데 연애 VR는 쓴맛은 쏙 빼고 달콤함만을 준다. 연애 VR는 책임감도 필요 없다. ‘파트너’가 싫증나면 클릭 몇 번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사랑과 연애는 사회 현상이다. 청춘 남녀 간 사랑은 결혼→출산→양육으로 이어진다. VR가 연애를 대체해 급기야 결혼율을 낮추고 인구 감소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는 예측에 주목해야 한다.

VR에는 ‘체온’이 없다고 한다. 그냥 동영상일 뿐 촉감까지 채워주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촉각 센서를 이용한 장갑, 가상현실 속의 향기와 더위, 추위를 느끼게 하는 마스크가 이미 나와 있다. 옷처럼 입는 전신 슈트도 있다. VR 속 파트너가 팔짱을 끼면 팔에 압력을 주는 방식이다. 은밀한 가상행위도 온몸으로 느끼게 할 것이다. VR를 포기할 수 없다면 성인물의 과도 성장에도 대비책을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신원건 사진부 차장 laputa@donga.com
#vr#가상현실#성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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