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학생 스스로 궁리해낸 발명품 많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7일 19시 39분


심사위원장 강신원 교수
심사위원장 강신원 교수
"올해 출품된 발명품은 재미있는 발상을 학생이 알고 있는 수준의 이론으로 현실화한 작품이 많았습니다."

제33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강신원 부산대 화학과 교수는 올해 대회의 특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도교사의 도움보다 학생 스스로 궁리해서 만든 발명품이 많았다는 의미다.

생활 속 불편함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발명품을 만들다 보면 개발 단계별로 장애물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손 건조기'는 화장실마다 비치된 '온풍이 나오는 건조기'를 친환경적이고 위생적으로 개선한 작품으로 어려운 기술이 사용되지 않았다. 온풍을 만드는데 전력이 낭비되고 필터 관리를 못하면 위생이 나빠진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동 기어와 재활용한 선풍기 날개로 간단히 구현했다. 강 심사위원장은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딱 학생수준에 부합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작품을 만드는 데 학생이 얼마나 참여했는가도 중요한 심사 기준이 됐다. 이를 가리기 위해 올해 대회에서는 새로운 심사 방식이 도입됐다. 강 위원장은 "심사위원과 학생이 일대일로 만나 발명품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으며 '이해도'를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기술과 이론이 사용됐더라도 학생이 이를 이해하고 설명하지 못하면 참여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미다. 강 위원장은 "발명품의 완성 수준만 놓고 보면 상당히 '아마추어' 같지만 그만큼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명품의 창의성을 평가하기 위해 모방작을 사전에 거르는 심사 방식도 도입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특허청에서 1차 심사를 주도했다. 서면으로 제출된 발명품을 검토해 국내외 특허를 도용한 부분이 있는지 찾았다. 만약 작품에 외국의 특허 사례와 유사한 기술이 사용됐다면 1차에서 탈락시켰다. 강 위원장은 "올해 작품은 이처럼 엄정한 기준을 뚫고 올라왔기 때문에 조금만 보완하면 즉시 특허출원도 가능할 정도"라며 "국무총리 상을 받은 보드게임은 상품으로 만들어도 '대박'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 [대통령상] 하지민 양(충남 금암초등학교 6학년)


하지민 양이 자신의 발명품인 ‘폐통돌이를 이용한 수동 손건조기’를 시연하고 있다. 발로 페달을 밟으면 바람이 위로 올라와 손을 말려준다. 대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하지민 양이 자신의 발명품인 ‘폐통돌이를 이용한 수동 손건조기’를 시연하고 있다. 발로 페달을 밟으면 바람이 위로 올라와 손을 말려준다. 대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폐탈수기통에 선풍기 날개 붙여 손건조기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평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재료를 모아 만들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폐통돌이를 이용한 수동 손 건조기'로 대통령상을 받은 충남 금암초등학교 6학년 하지민 양은 TV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문제점을 '초등학교의 수동 탈수기(통돌이)'로 해결해냈다.

하 양은 지난해 5월 한 TV 프로그램에서 필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손 건조기가 비위생적이라는 내용을 접했다. 화장실에 설치된 손 건조기의 필터가 오염되면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에 놀랐다. 기존 손 건조기는 전기를 이용해 온풍을 내보내기 때문에 균이 살기 적합할뿐더러 전력도 많이 소모됐다. 애초에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필터도 필요 없다면 이 같은 문제가 없을 듯 했다.

해결책은 초등학교 청소시간에 찾았다. 하 양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각 반마다 걸레의 물기를 짜내는 수동 탈수기(통돌이)가 있다. 발로 페달을 밟으면 걸레를 담은 통이 빠르게 회전하며 물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장치다. 하 양은 "통돌이를 쓰다가 걸레를 넣는 통이 빠지며 고장이 났다"며 "이때 '통 대신 선풍기 날개를 달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생각은 즉시 실행으로 옮겨졌다. 하 양은 고장 난 통돌이에 선풍기 날개를 붙여 손 건조기를 만들었다. 발로 페달을 밟으면 센 바람이 나오기 때문에 전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평소에도 통풍이 잘돼 필터를 자주 갈아주지 않아도 위생상 문제가 없었다. 하 양은 "실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면 어렵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개선책을 떠올려본다"며 "이를 틈틈이 적은 '발명노트'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직 하 양은 꿈이나 목표를 확실히 정하지 않았다. 과학을 좋아해 앞으로 과학 분야에서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볼 예정이지만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이번 수상작의 아이디어를 얻은 사회고발성 TV 프로그램도 하 양이 평소 즐겨보는 내용이다. 하 양은 "요즘은 사회의 불편한 점을 단순한 방법으로 편리하게 개선하는 방법을 궁리하는 데 재미를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기자jermes@donga.com  

▼ [국무총리상] 이상현 군(울산 남부초등학교 6학년) ▼


이상현 군이 ‘클라이밍 큐브’를 들고 환화게 웃고 있다. 클라이밍 큐브는 간단한 규칙에 무한한 전략을 갖춘 보드게임이다. 대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상현 군이 ‘클라이밍 큐브’를 들고 환화게 웃고 있다. 클라이밍 큐브는 간단한 규칙에 무한한 전략을 갖춘 보드게임이다. 대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보드게임하다 게임 착안…3색 큐브 이동하며 공간감각 키워”

"나만의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어 '클라이밍 큐브'(Climbing Cube)를 구상했습니다. 기존 게임에서 좋은 점들을 뽑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해서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울산 남부초등학교 6학년 이상현 군(12)은 게임 마니아다. 하지만 '게임중독' 등 사회적 문제가 되는 그런 게임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 군이 즐겨하는 것은 두뇌 게임이다. 이 군은 "평소에 여러 가지 보드 게임을 하면서 '더 흥미진진한 게임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했다"면서 "게임의 규칙은 쉽지만 상대를 이기려면 전략을 짤 수 있어야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 군이 만든 큐브게임은 4개 층으로 된 입체 게임판에 3가지 색의 정사각형(큐브)을 세 개 올린 뒤 게임을 시작한다. 큐브는 빨강, 파랑, 초록이 칠해져있다. 맞은편 면은 같은 색이다. 게임 하는 사람은 각자 한 가지 색을 선택하고 한 칸씩 이동시킨다. 같은 층에서는 한 가지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위층으로 올라가서는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오지 못한다. 4층 정상에 올랐을 때 자신의 색이 윗분분에 보이면 이긴다.

"이 게임은 규칙은 쉽지만 게임에서 이기려면 머리를 많이 써야합니다.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해봤는데 재미도 있고 두뇌 개발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들 하더라고요."

이 군은 자신의 만든 게임이 유익한 게임이라고 자신했다. 같은 방향으로 2번 움직이면 같은 색이 나오는 점을 이용해야한다는 점에서 '공간감각'을 키울 수 있고, 목적지는 같아도 가는 길이 다 다르고 상대방의 수를 읽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새로운 게임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만든 게임으로 여러 사람이 즐거우면 좋겠습니다."
이 군은 생명공학과 로봇공학을 전공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두 개를 동시에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클라이밍 큐브도 여러 게임을 융합해서 만들었다"면서 "두 가지 분야의 융합을 통해서 세상에 도움을 주는 과학자가 되겠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기자 kyoutae@donga.com  

▶ 제33회 전국학생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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