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환호 1시간 뒤 “아…” 탄식으로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해수욕장에 모인 관람객들이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고흥=박영철  기자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해수욕장에 모인 관람객들이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고흥=박영철 기자
■ ‘미완의 우주드라마’ 시민-우주센터 표정
남열해수욕장 1만여명 인파 몰려… 태극기 흔들며 응원

“절반의 성공에 그쳐 안타깝지만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다음번 발사 때는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25일 미완의 성공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이를 지켜보던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시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9일 발사가 연기된 지 6일 만인 이날 나로호가 다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우뚝 서자 발사 카운트다운을 전후한 매 순간 손에 땀을 쥐는 장면이 연출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오후 1시 30분 공식적으로 ‘발사’를 발표한 뒤 오후 2시 58분 1단 로켓의 연료탱크에 케로신(등유) 충전을 시작했다. 오후 4시 10분 발사체 기립장치가 철수됐고, 15분을 남기고 자동 발사 시퀀스(프로그램)가 시작됐다. 19일 갑자기 발사가 중지된 7분 56초를 무사히 넘기자 시민들은 “이번만은 꼭”이라는 애타는 심정으로 카운트다운을 지켜봤다. 발사 3.8초를 남기고 1단 로켓의 엔진이 점화된 데 이어 오후 5시 발사체는 화염과 가스를 내뿜으며 이륙을 시작했다.

나로호 발사를 지휘하고 있는 발사지휘센터(MDC)의 중앙 모니터에 하늘로 솟구치는 나로호가 나오자 MDC 뒤쪽 외부인 관람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MDC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던 심은섭 항우연 우주응용미래기술센터장은 마치 결승골을 성공시킨 축구선수처럼 하늘을 향해 양손을 불끈 들어올렸다.

오후 5시 9분 40초 나로호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가 정상적으로 분리됐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MDC 내부는 다시 한 번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관람석에서 나로호 발사를 참관하던 한승수 국무총리는 “과학기술위성 2호와의 교신에 성공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 달라”며 축사를 전했다. 러시아어 전문가로 나로호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한 임석희 항우연 선임연구원은 발사 성공을 확인하고 나서는 참았던 눈물을 살짝 보였다.

나로우주센터에서 15km가량 떨어진 남열해수욕장에는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1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들은 특설무대가 마련된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나로호가 하늘 높이 힘차게 솟구치는 모습을 보고 태극기를 흔들며 발사 성공을 축하했다.

서울 영등포역에서 TV를 지켜보던 시민 100여 명은 발사 54초 후 ‘나로호가 음속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쳤다. 발사 3분 후 “나로호 모든 부분이 정상”이라는 자막이 화면에 뜨자 시민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 익산행 열차를 기다리던 박재월 씨(65)는 “우리나라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위성 2호가 목표했던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1시간가량의 짧은 환희는 탄식으로 바뀌었다.

나로호 발사를 책임진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이 박정주 발사체체계사업단장 등 연구원들과 짧게 얘기를 나눈 뒤 황급히 자리를 뜨면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조 본부장은 발사체통제센터(LCC)에서 러시아 측 연구원들과 과학기술위성 2호의 행방을 찾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오후 6시 10분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했으나 목표궤도에 확실히 올라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이내 탄식이 흘러나왔다.

남열해수욕장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본 관광객과 주민들도 위성이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남열리 이장 마용만 씨(63)는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친 나로호가 잘못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나로호 성공 발사의 기쁨을 모든 국민과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시도 치고는 만족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사는 이상현 씨(31)는 “제 궤도를 못 잡았지만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한국 우주과학의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은 “나로호에 실린 위성이 목표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발사는 발사체 개발 및 운용기술 확보가 목적”이라며 “실수나 부분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더 많아 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나로우주센터=이현경 동아사이언스기자 uneasy75@donga.com

고흥=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